"'태극기 있는 곳에서 만나자"…대사는 방탄차 앞좌석, 특수부대도 투입

김지훈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2023. 4. 25. 20: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성남=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 어린이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해 가족을 만나고 있다. 2023.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총 쏘고 대포 쏘고 우리 집 주변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말로만 듣던 전쟁. 폭격도 받아봤고…."

25일 수단 교민 이송 작전인 '프라미스(Promise)' 작전에 따라 공군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반용우씨(56)는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현지 제약공장 재무 담당자인 반씨는 주수단한국대사관 측이 교민 구출에 애를 썼다며 "총알 막 날아다니는 데 오셨다"고 했다. 무력 충돌이 벌어진 수단 내 우리 교민 대피를 위해 투입된 공군 수송기가 이날 수단 교민 28명 전원을 태우고 국내에 무사 귀환했다. '태극기 휘날리는 곳', 주수단 한국대사관을 집결지로 삼아 1170㎞를 33시간에 걸쳐 육로로 이동하고 수송기를 두 번 갈아타며 이날 교민들이 집에 돌아왔다.

집결지를 대사관으로 정한 것은 15일(현지시간)부터 수도 하르툼을 중심으로 정부군과 반군 간 충돌이 격화한 가운데 파견국 깃발을 게양한 외교공관은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나마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대사관 주변에서 총성이 들릴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 군 수송기편으로 교민과 함께 귀국한 주은혜 주수단 한국 대사관 참사관은 "대사관서 운영하는 방탄차량이 하나 있는데 방탄차량을 이용해서 교민들이 결집돼 있는 곳 위주로 차례차례 모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대사관을 나서는 방탄 차량의 앞좌석에 남궁환 주수단 대사가 탑승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사진제공=외교부


귀국한 교민 김현욱씨(32)는 "아침부터 굉장히 큰 교전이 저희 집 앞에서 벌어졌다"며 "그당시에는 군인들이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다. 긴급히 대사관에 연락드렸고 안전하게 구출될 수 있었다"고 했다.

원래 우리 정부는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지부티 내 미군기지를 거쳐 교민들을 대피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하르툼 공항 폐쇄 등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교민들이 일단 육로로 하르툼에서 800여㎞ 떨어져 있는 포트수단으로 이동한 뒤 이곳에서 홍해 건너 제다를 거쳐 귀국하는 경로를 택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아랍에미리트) 외교·국제협력부 장관 등과 통화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육로 탈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결국 하트룸 공항이 아닌 육로 탈출이 결정됐고 UAE 대사관은 차량 호송대로 교민 탑승 버스의 1170km 육로 이동을 에스코트했다.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국 국민이 우리의 국민이다(Your people are our people)"이라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대신도 작전 도중 일본인 이송을 우리 정부가 도와준 것에 대해 박 장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한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3.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단엔 현지 국적을 취득한 1명을 포함해 총 29명의 한인이 체류 중이었으며 이 가운데 현지 국적자 1명을 제외한 28명이 제다를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

수단에선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수도 하르툼을 중심으로 정부군과 반군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현재까지 최소 420여명이 숨지고 3700여명이 다쳤다.

수단의 교민을 구출하기 위해 육·해·공군도 투입됐다. 우리 정부는 교민들의 안전한 대피·철수를 돕기 위해 KC-330 외에도 공군의 C-130J '슈퍼허큘리스' 수송기와 육·공군 특수부대 병력을 급파했다.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 제39진에 배속돼 있는 해군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도 수단 인근 해역으로 향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공군 공정통제사(CCT) 대원은 "언제든 총알이 빗발칠거라 생각했고 항상 대비하고 있었다"라며 "긴박하게 시작된 작전이었지만 우리 국민을 완전하게 모국 대한민국으로 모실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서울공항에서 작전부대 요원들을 맞이하며 "프라미스 작전은 단어의 의미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 정부가 국민 한 사람 생명과 안전 책임지겠다고 하는 약속을 지켰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국방부 공동취재단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