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 핵우산 강화하되 외교·경제 전쟁 촉발은 없어야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빈 환대의 거품을 걷어낸다면 한국엔 무엇이 남을까. 결국 미국의 확장억제 즉 핵우산을 논의한 결과물일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4일 두 정상이 신뢰할 만한 확장억제 관련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사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선택지에서 배제됐고, 확장억제 강화 문제로 좁혀진 셈이다.
확장억제 언급은 모든 한·미 정상회담의 필수요소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회담에서도 ‘미국은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명시했다. 이 시점에 새삼 확장억제가 주목받는 것은 그새 미 핵우산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북한이 한반도를 넘어 미 본토를 타격할 핵능력에 접근한 것과 관계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전쟁 발발 시 미국이 주한미군 희생만이 아닌 본토 피해까지 감수하게 된 상황에서 선뜻 보복에 나서줄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그런 점에서 성명에 담길 내용에 주목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달리 한반도엔 배치된 미 핵무기가 없어 ‘나토식 핵 공유’ 모델엔 못 미치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 나토마저 핵 사용 결정권은 미국에 있다. 그럼에도 핵무기 운용 기획·실행 과정에 한국의 발언권을 보장하고, 작전계획에 명시하는 것은 가능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물론 북핵 대응이 여기에 그쳐선 안 되고, 대화와 외교를 추진할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분명히 할 것은 확장억제를 미국이 주는 선물처럼 여겨선 안 된다는 점이다. 핵우산은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낮춰 비확산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미국 이익에도 부합한다. 정상회담이 확장억제를 이유로 한국이 다른 분야에서 많은 것을 양보하는 식으로 귀결돼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출국 전부터 설화를 빚은 대만해협·우크라이나 문제뿐 아니라 미·중 경제전쟁에 한국 기업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결정도 없어야 한다. 한국이 외교·경제 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간다면 회담 평가는 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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