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 없어 오역” 尹인터뷰 발언 진화하려다 일 더 키운 與

박국희 기자 2023. 4. 25. 20: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순방을 앞두고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25일 정치권에서는 때아닌 ‘오역’ 논란이 빚어졌다. 국민의힘 대변인이 제대로 된 확인 없이 민주당의 공세를 ‘가짜 뉴스’로 치부하며 벌어진 ‘사고’였지만,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의 난맥상과 맞물려 “여당이 대통령 발언 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스1

발단은 24일 공개된 윤 대통령의 WP 인터뷰였다. WP는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대해 “저(I)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거나,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용서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can’t accept)”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즉시 “윤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기에 일본을 대변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반박 논평을 내면서 불필요한 ‘오역’ 논란이 생겼다. 유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며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을 가지고 민주당은 반일 감정을 자극한다”고 한 것이다. WP 기사에 주어가 ‘저(I)’라고 돼 있지만 실제론 ‘일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유 대변인이 기사 원문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제공한 한글 요약본을 토대로 본인 해석을 덧댄 것이었다. 대통령실의 한글 요약본에는 주어가 없이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돼 있다.

유 대변인은 25일 아침 라디오에서도 “번역 과정에서의 오역”이라고 했고, 같은 당 김정재 의원도 “‘일본’이라는 주어가 해석에서 빠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고만 했을 뿐 WP의 오역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논란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한국계 WP 기자가 이날 소셜미디어에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한글 인터뷰 원문 녹취록을 공개했다. 주어가 일본이 아니고 윤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즉각 소셜미디어에 “‘저는’이 주어”라며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바이든-날리면’ 때는 전 국민을 듣기 테스트 시키더니 이번에는 읽기 테스트냐”며 “방미 일정을 시작도 전에 사고나 치고 거짓말로 응수하다가 이제는 그 거짓말도 들통났다”고 했다. 유 대변인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미국을 가는 중간에 의사소통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실이 공개한 발언만을 토대로 논평을 내다 생긴 해프닝”이라며 “앞으로는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최근 여당 지도부의 난맥상이 대통령실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당 회의에서도 태영호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를 가리켜 “나는 애먼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 않았다”며, 전당대회 기간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현 대표를 비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대통령 출국 날 (태 최고위원이) 개인 신상 발언을 꺼낸 것은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태 최고위원 측은 “전 목사를 겨냥하고 전 목사에 떳떳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일뿐 김 대표 자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에 짐이 되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