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작고 여린 존재들의 시선으로…그림책 '도시 비행'
[EBS 뉴스]
서현아 앵커
2022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박현민 작가가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도심 빌딩 숲 한가운데서 피어난 민들레의 시선을 통해 현대사회를 통찰했다고 하는데요.
오늘 뉴스브릿지에서 함께 만나보시죠, 작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시청자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박현민 / 그림책 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출간한 도시 비행의 저자 박현민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반갑습니다. 이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전시회 중에 하나입니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이 되기도 하셨습니다.
소감 어떠셨습니까?
박현민 / 그림책 작가
저는 원래 책에서 그림을 강조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리고 더욱이 이번 책에서는 실험적인 시도였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놀랍고 기뻤습니다.
저의 방향성에 대해서 응원해 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힘이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군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렇다면 이 '도시 비행'은 어떤 그림책입니까?
박현민 / 그림책 작가
'도시 비행'은 보도블록 틈새에 핀 민들레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민들레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다가오는 위험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민들레는 인내하면서 내면의 씨앗을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됩니다.
결국 한 아이가 민들레를 발견하게 되고 그 아이에 의해서 비행을 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서현아 앵커
주인공을 특별히 민들레로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박현민 / 그림책 작가
네, 저는 아이들이 식물을 함부로 꺾으면 말리지만 민들레를 꺾어서 씨앗을 부는 것까지 말려야 하는지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민들레 입장에서는 분명 꺾이더라도 씨앗이 바람에 퍼지기를 원할 테니까요.
그러면서 민들레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가장 밑바닥에서 민들레가 위로 올려다보는 시선을 상상했는데 이상한 도시 이미지가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이 이미지를 책으로 구상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낯선 이미지를 만들고 독자가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을 제가 좋아합니다.
그리고 거칠고 낮은 곳에서 자라는 연약한 민들레를 보면서 낮은 시점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어린이와 작고 여린 존재들의 시선을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게 크고 대단해 보이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잘하게 될 척박한 환경을 생각하면서 응원하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서현아 앵커
어떤 민들레의 시선을 통한 새로운 성찰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장면은 어떤 장면입니까?
박현민 / 그림책 작가
"지금 여기 겁내지 않고 똑바로 볼 거야" 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굉장히 무섭죠. 이 부분은 세상의 풍파를 맡고 있던 민들레가 자신의 태도를 바꾸게 되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할 때 손을 뻗어서 도와주려고 해도 그 사람이 뿌리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사실은 악의적인 의도가 없음을 깨닫게 되고 상대의 시선을 이해하고 서로 돕는 관계가 될 때 세상을 향해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림이 굉장히 인상적이고 강렬해 보입니다.
작가님께서는 그동안 이렇게 참 독창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선보여 오셨는데요.
이렇게 새로운 실험을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박현민 / 그림책 작가
네, 억지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기보다는 훌륭한 책들이 너무 많고 지금도 계속 좋은 책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제가 더 좋은 작업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게 되고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그 책이라는 물건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가치 있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보통 그림책에서는 글이 1인칭이라고 하더라도 그림까지 1인칭인 것은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은 시각으로 사고를 하기 때문에 그림을 1인칭 시점으로 그리면 좀 더 몰입감 있게 직접적으로 경험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작가님께 이 '도시 비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작품입니까?
박현민 / 그림책 작가
저한테도 이제 제가 기존에 냈던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다른 스타일과 다양한 주제를 보여줄 수 있는 측면에서 좋았습니다.
저는 시선 이동을 그림에서 자주 사용합니다.
이것을 이번 책에서 이것을 주요한 주제로 다뤘기 때문에 저에게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시선을 전환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각자의 시선에 매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생각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서로 관계를 이루고 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자의 고통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곳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도 누군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 자신도 세상을 따뜻하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따뜻한 성찰을 가득 담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도 있으실까요?
박현민 / 그림책 작가
다른 시선을 이해하는 것과 인내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마냥 참고 기다리면 좋은 일이 온다는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아무 의미 없이 인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장기적인 목표와 소명 의식을 가지고 내면의 씨앗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믿고 주변의 사람들과 어른들에게 마음을 열어야 됩니다.
스스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비행할 수 없습니다.
씨앗을 만들고 세상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우리 그림책 요즘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작업 환경은 열악하다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요.
창작자로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십니까?
박현민 / 그림책 작가
근본적으로 출판 시장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 안에 속해 있는 사람 모두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그림책이 별도의 분야라고 인식이 약한 것도 사실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박현민 / 그림책 작가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 논리로 보는 것보다 사회의 공적 영역을 수행하고 사용되면 어느 정도 보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그림책 작가는 소속 없이 개인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창작자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개선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독자들이 책을 값싼 물건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으로 느낄 수 있게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어떤 창작자나 저작권에 대한 전반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셨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박현민 / 그림책 작가
일단 당장은 좀 더 편하고 유머 있는 책들이 올해 안에 추가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또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책의 물성을 강조하는 책들도 계속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나 꿈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는 아이들이라는 씨앗을 날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그림책의 무한한 가능성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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