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 잇단 극단 선택…위기 징후 찾을 수 있나?
[EBS 뉴스]
최근 열흘 동안 서울 강남에서만 10대 청소년 3명이 연달아 스스로 숨졌습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을 소셜미디어에 생중계해서 충격을 줬는데요.
청소년들의 위기 징후, 미리 찾아낼 순 없는 건지, 이들을 위해 어떤 안전망이 필요할지, 고민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18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아동, 청소년의 삶 만족도 OECD '최하위'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 극단적 선택
청소년 자살률 1년 새 10% 증가
*자료: 통계청(2022)
청소년 10명 중 4명 '스트레스 많다'
일상생활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 경험 29%
*자료: 교육부(2022)
정부, 2027년까지 자살률 30% 감축 목표로
'자살예방기본계획' 확정
청소년 마음 보듬기 위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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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강윤형 회장과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10대 청소년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하는 과정을 온라인에 생중계했습니다.
이 영상을 본 또래 청소년들 혹시라도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도 되는데요, 어떻습니까?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큰 영향을 받을 겁니다. 특히 청소년 시기는 발달 과정 중에 있고 또 그 아이들이 아직 가치관이나 판단력이나 이 모든 것들이 아직 충분하게 발달되지 않은, 오히려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그런 시기이기 때문에
사실 사회 소속 집단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 또래 집단의 영향을 어느 세대보다도 많이 받는 그런 나이입니다.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그런데 최근에는 SNS라는 게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하고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고 굉장히 많은 사회적인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SNS로부터의 영향, 또한 큰 범위 내에서의 또래 집단의 압력 내지 영향이라고 볼 수 있고 엄청나게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계속 주의해서 관찰이 필요하네요.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맞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리고 특히 청소년들의 정서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새 학기가 시작되고 5~6월쯤 위험한 시기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아이들에게 사실 매달, 3월은 3월대로 힘들고요.
또 9월 새 학기가 시작될 때도 힘들고 다 힘들겠지만 사실 올해의 5~6월은 특별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는 코로나로 인해서 한 3년 동안 아이들 학교생활에서 온라인 수업이랑 또 비대면 수업도 굉장히 많았고요.
특히 사회성의 발달 그리고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고 배워가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잃어버린 3년이었다고도 볼 수가 있습니다.
학업적인 손실뿐만 아니라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2023년 들어서 전면 등교가 되고 본격적으로 코로나 이전처럼 학교 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 3~4월은 굉장한 기대감을 가졌을 것 같아요.
근데 5~6월이 되면서 학교에 부적응하는 아이들도 나올 거고 또 뭔가 기대감이 저버려지면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 있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최근에 유명인의 극단적인 선택 소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예전에도 그랬고 그런 일이 있을 때는 학생들의 자살률이 급증합니다. 한두 달에 걸쳐서.
사실은 그래서 소위 베르테르 효과라고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의 전염성이라고 얘기하는, 베르테르의 효과에 대한 모방 자살의 위험성에 대한 것도 저희가 걱정을 많이 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가 사실 여전히 심각한데, 예방 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사실 청소년들 자살 문제가 사실 굉장히 심각하죠.
왜냐하면 청소년 사망 원인의 1위라고 볼 수가 있고요. 그렇게 된 지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사실은 정부 부처에서도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학교에서도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해마다 생명 존중 교육, 1년에 4시간 정도가 의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리고 자살 징후라든지 또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치유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그런 시스템도 사실은 있고요.
특히 최근에 강남에서 일어났던 여러 사건처럼 자살 사망 사건이 학교에서 벌어졌을 때 위기 개입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충격적인 사망 사건이 생기면 같이 친했던, 가까웠던 친구들이 바로 자살 고위험군이 됩니다.
영향받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취약했던 아이들도 굉장히 흔들림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친구들을 학교가 살피고 연계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가정에서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맞습니다. 가정에서 사실 저희가 자살한 학생들의 심리 부검이나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볼 때 자살 경고 신호라고 자살하기 전에 자기가 극단적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살이라는 얘기 자체가 학교의 선생님들도 그렇고 집에 부모님들도 그렇고 굉장히 부담스러운 주제입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아이들이 꺼냈을 때 그 이야기를 빨리 축소해버리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이거 '말이 씨가 되는 거 아니야'아니면 '괜히 이거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 때문에 섣부른 조언을 준다든지, '살면서 다 힘들지 너만 힘드냐. 그런 거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딴 거 해라'라든지 이런 식으로 섣부른 조언이라든지 빠른 설득을 통해서 문제를 덮어버리려고 하는 접근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려운 고민 얘기를 했을 때는 편안하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럴 때 아이 행동을 바꾸겠다는 얘기를 먼저 꺼내기 전에 아이가 충분히 수용받고 있다는 느낌,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는 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단추일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청소년들도 사실 정서적인 위기를 겪을 수가 있는데 전문의를 만나기까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사실 정신과 문턱이 높은 것도 있고요.
최근에는 보호자 동의 없이, 사실은 부모님한테 그런 얘기를 못하고 아이들 혼자 병원에 오는 일도 있습니다.
근데 저희가 아이들이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애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한 20% 정도가 됩니다.
20%의 아이들 중 실제 도움을 받는 애들은 10%가 안 됩니다.
그러니까 도움을 받아야 될 아이들 90%가 도움을 못 받는다고 얘기를 할 수가 있는 거겠죠.
근데 그 이유를 보니까 보호자들이 동의를 안 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허락을 못 받아서 못 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도움 요청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았을 때 사실 그건 일종의 아동 방임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동 방임으로 신고를 하더라도 아이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사실은 의료법이나 민법이나 이런 것들이 충돌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14세 이상의 아이들은 사실 치료가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부모 동의 없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서 개인 정보를 알아내는 것들을 불가능하게 한 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14세는 넘었을 때는 사실은 아이들이 병원에 방문해서 치료받는 건 가능하고요.
하지만 약물 치료를 받거나 정신과적인 처치를 할 때는 또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관문과 문턱이 있어서 이 부분이 좀 정리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제대로 지원하려면 법적인 뒷받침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부가 최근에 2027년까지는 자살률을 30%까지 낮춰보겠다, 이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자살 예방 기본 계획인데요.
여기에 10대를 위한 대책은 충분히 담겼다고 보십니까?
강윤형 회장 /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좀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당장 20대부터는 정신건강에 대한 검진을 2년마다 하겠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눈에 띄었습니다.
근데 10대로 내려와야 되지 않을까, 10대들도 정신건강에 대한 검진 사업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최근 한국의 자살률은 조금 줄어가고는 있죠.
그러나 노년들의 자살은 줄지만 10대와 20대의 자살은 사실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0대를 위한 특별한, 특단의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되고 그게 보건복지부 그리고 여가부 뿐만 아니라 사실은 주된 부처는 교육부인 것 같아요.
그래서 교육부에 아이들의 자살 문제 또는 학교 폭력 문제 여러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 사실 좀 더 관심을 갖고 그걸 포용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들과 기반이 마련되는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코로나19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울 안전망 구축이 시급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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