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조선판 MZ세대’… 젊어진 사극, 안방극장 점령
‘조선변호사’·‘꽃선비 열애사’ 등
중년 아닌 청춘 남녀가 주인공
말투·행동 등 현대에 맞게 각색
장르물 자리 잡아… 해외서도 인기
“젊은 시청자들에겐 뉴트로 감성
중장년층엔 익숙함 선사” 분석
연청색 도포를 걸치고 갓을 쓴 정갈한 모습의 젊은 남성. 그가 건넨 첫말. “외지부 사무소를 차려야지. 사연 하나 없이 한양 오는 사람이 어디 있고, 사연 하나 없이 한양 떠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모르겠느냐. 눈에 보이는 모두가 내 돈줄. 목으로는 이곳이 제일이다.” 조선 시대 변호사인 외지부를 다룬 MBC 금토드라마 ‘조선변호사’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조선 최고의 외지부 강한수가 백성을 위하는 진짜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드라마다. 우도환이 주인공 강한수를 연기한다. 선왕의 딸이자 강한수의 조력자인 공주 이연수는 김지연이 맡았다. 이 밖에 천호진, 최무성, 신동미 등이 출연한다.
두 드라마는 모두 현재 방송 중으로, 조선 시대를 다룬 사극이다. 하지만 중년 남성으로 이뤄진 양반들이 도포나 관복을 입은 채 근엄한 자세로 정사를 논하거나 현재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어투로 대화를 나누는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극을 예상하면 안 된다.
우선 나이대부터 다르다. 중년이 아니라 20∼30대 청춘 남녀가 주인공이다. 젊어진 나이만큼 이들이 이끄는 극의 분위기도 밝아졌다. 기존 사극이 가지고 있던 이야기 진행 방식도 따르지 않는다. 조선 시대 변호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소재로 한 ‘조선변호사’는 물론이고, 하숙집 주인 딸과 비밀이 있는 하숙생을 다루는 ‘꽃선비 열애사’도 모두 통통 튄다.
다음달 6일 방송하는 1938년을 배경으로 하는 tvN 토일드라마 ‘구미호뎐1938’도 역사 드라마이지만 구미호와 산신, 요괴 등이 나오는 판타지 장르다. 복면과부 여화와 종사관 수호를 이야기하는 코믹 드라마 MBC ‘밤에 피는 꽃’, 별을 사랑한 천재 과학자인 왕세자 이향과 미래를 보는 신비한 여인 해류의 로맨스를 다룬 ‘해시의 신루’까지. 기존에 알던 사극과 다른 사극들이 안방극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사극의 변화는 영상 플랫폼이 변화하고 사극이 장르물로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배경은 조선이지만 로맨스나 활극 등 요소가 가미되고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사극이 최근 많아지고 있다”며 “젊은 시청자에게는 뉴트로 감성을, 중장년 시청자에게는 익숙함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사극은 그 자체가 장르로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국제 에미상을 받은 ‘연모’와 큰 인기를 얻은 ‘옷소매 붉은 끝동’ 등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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