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혼수 상태 한국 의료'... '슬의생 99즈'가 와도 못 버틴다
0화 프롤로그 : 사람 살릴 의사를 찾습니다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수술실에서, 지방에서 사람 살리는 의사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당신이 수도권 대도시 거주자라면,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금 아픈 데가 없어 병원 갈 일이 없다면, 꽤 낯선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당장 강남 한복판에 빽빽하게 들어선 성형외과 피부과 간판만 보면 "한국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게 웬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의대 블랙홀'이란 말이 생길 만큼, 모두가 의사가 되려 성화인 나라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니요.
하지만 지방은 사정이 다릅니다. 의사를 찾아 헤매다, 제때 만나지 못하는 바람에, 스러진 목숨들이 있습니다. 지난달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은 받아주는 병원과 의사가 없어 2시간 넘게 뺑뺑이를 돌다 구급차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지난해 7월엔 국내 최고로 꼽히는 병원에서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끝내 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의료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같은 의료 환경이라면 '응급실의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의사가 되려 아우성이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선 사람 살릴 의사가 없다고 아우성인 비극. 의사의 직업적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필수의료 효능감은 낮아지는 이 모순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요.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은 무너져 가는 필수 및 지방 의료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며 이 같은 왜곡이 발생한 구조적 원인과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실질적 대안을 총 5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의사 캐슬, 3058-시한부 한국의료'는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일보 지면과 홈페이지에서 12개의 기사와 인터랙티브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룬 h 알파 영상은 27일 공개됩니다.
<기획 기사 게재 순서 안내>(5월 1일부터)
<1화 '슬의생 99즈'는 없다>에서는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인력 부족 실태를 짚어봅니다. 일은 고되고 위험한데, 보상은 적어 기피과로 전락한 바이탈과(직접적으로 생명을 다루는 과) 의사들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목격한 고충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또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 젊은 의사들이 인기과로 불리는 이른바 '피안성 정재영'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현실도 조명합니다.
<2화 투석 환자는 고향에 못 사나요>에서는 열악한 지방 의료 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신장 질환으로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전북 진안과 경기 수원 환자의 병원 방문에 동행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를 전합니다. 또 35개 지방의료원이 인구 밀집 지역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위치 전수조사를 통해, 공공의료의 취약한 접근성 문제를 새롭게 짚었습니다.
<3화 의사 빈자리 채우는 PA 유령>에서는 의사 부족을 메우기 위해 대체 인력으로 고용된 PA(진료 보조인력) 간호사 실태를 살펴봅니다. 의사 업무의 경계를 넘나들며 불법으로 낙인찍혔음에도 의료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PA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고민합니다. 3교대 근무 등 고된 노동 강도로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는 간호사들의 절규도 전합니다.
<4화 정원이냐, 수가냐 누구 말이 맞나>에서는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의대 정원 확대와 수가 인상 논쟁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의대 정원 '3,058명'은 왜 18년째 묶여 있을까요. 정원만 늘리면, 수가만 올리면 다 해결될까요? 더 나은 대안은 없을까요? 이 모든 궁금증을 함께 풀어봅니다.
<5화 벼랑 끝 한국 의료 되살리려면>에서는 병상 늘리기와 비급여 장사에만 골몰하는 민간병원의 실태, 의료 수요를 남발하게 만드는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들여다보고, 5% 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의 '소생' 방안은 없을 지도 고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속 불능한 한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전문가들의 대안까지 들어봤습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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