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의 거장' 헤레베허 "악보에 담긴 정신적 의미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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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6)가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정신과 의사 출신인 헤레베허는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기법으로 연주하는 고음악 전문 지휘자로 음악사적으로 타당하고 철저한 분석을 거친 음악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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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고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6)가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정신과 의사 출신인 헤레베허는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기법으로 연주하는 고음악 전문 지휘자로 음악사적으로 타당하고 철저한 분석을 거친 음악을 추구한다.
헤레베허는 다음 달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고음악의 핵심이 '명료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악기(곡이 탄생한 시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음악을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라며 "다만 이는 접근 방식일 뿐이고, 고음악의 목표는 명료성에 있다. 명료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내 동료들의 비전과 목표는 구시대적이지 않은 것"이라며 고음악이 옛 음악을 단순히 정확하게 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곡을 명확하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헤레베허에게 지휘란 무엇일까. 그는 지휘에 있어 3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첫 번째는 (오케스트라가) 조화롭게 연주하는 것, 두 번째는 악보가 쓰인 그대로 연주하는 것, 세 번째는 악보에 담긴 정신적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해요."
헤레베허는 "때로는 악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다른 견해를 가진 음악가들이 있다"며 "결국 오케스트라는 합심해(다른 견해를 조율해) 함께 악보의 내면을 연주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1991년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33년째 악보 속 의미를 이해하고 함께 연주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시간은 빨리 흐르고,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죠. 이미 좋은 연주가 많지만, 다른 방식으로 연주(지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같은 곡들을 꼭 녹음해보고 싶어요."
헤레베허가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택한 곡은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다. 두 곡 모두 대위법(둘 이상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작곡 기법)이 집약된 작품으로 당시 작곡 양식의 한계를 초월한 곡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주피터'는 모차르트가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하며 발전시킨 극(Drama)에 대한 재능과 대위법에 대한 재능이 결합해 탄생한 작품이고, '영웅'에서는 대위법 작곡 기법이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레베허는 두 곡을 선택하면서 팬데믹 이후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한국 관객들의 성향을 고려했다고 했다.
"두 곡 모두 긍정과 희망의 정서로 고난과 시련을 딛고 일어나는 '인간의 승리'를 담고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하죠. 또 한국의 젊은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열정으로 인해 에너지 가득했던 공연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이번 공연도 기대가 됩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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