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車 고쳐가며 1178km 달렸다…수단 교민들 긴박했던 탈출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한예경 기자(yeaky@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4. 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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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대피 28명, 軍수송기로 서울공항에 안착
가족들, 케이크 꽃다발 준비해 격한 환영
軍, 현지상황 감안 ‘항공이동 불가’ 판단
현지사정 밝은 UAE측 육로이동 도움 손길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 충돌 사태로 고립됐던 교민들의 철수 작전 모습. 2023.04.25 [사진 = 외교부 제공]
내전이 격화되고 있는 수단에서 무사 탈출한 한국 교민 28명이 25일 오후 공군 다목적수송기 KC-330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천신만고 끝에 전쟁터를 벗어난 교민들은 수단주재 한국대사관을 출발한지 사흘 만에 반가운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2차관,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등은 공항으로 나가 교민들을 맞았다.

공항으로 교민들을 마중 나온 가족들은 케이크와 꽃다발, 피로회복음료 등을 들고 나와 무탈하게 돌아온 식구들과 얼싸안았다. 군에서도 꽃다발과 곰인형 등을 준비해 교민들을 환영했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2023.4.25. [사진공동취재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2023.4.25.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프라미스(promise) 작전’은 교민 집결과 대피루트 선택, 이동과정 등은 하나하나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먼저 9곳에 떨어져 있던 교민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단주재 한국대사관으로 집결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대사관 직원들도 교민을 챙기면서 비축해둔 컵라면으로 버텼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수도인 하르툼의 국제공항을 통해 교민들을 가급적 신속하게 이송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지 교전 상황과 이동 가능여부, 이미 발생한 공항 내 항공기 피해 등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항공이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던 가운데 ‘해 볼 만한’ 대안을 제안한 것은 아랍에미리트(UAE)였다. 결국 정부는 여러 판단 끝에 UAE가 제안한 육로이동 제안을 수용했다. 이로써 국민들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이송할 수 있는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외교부 관계자는 “시내 곳곳이 교전지이고 공항이 대사관에서 1.3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현장 곳곳이 교전중이라 정보 파악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UAE 정부가 육로이동을 제안해 와서 안전하게 옮겨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에 있던 UAE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교민들이 대사관으로 이동할 때 차량을 에스코트를 해준 덕분에 시내로 이동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 충돌 사태로 고립됐던 교민들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우리 군용기편으로 도착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04.25 외교부 제공
특히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장관은 박진 외교장관과 실시간 SNS 연락을 주고 받으며 “당신 국민이 우리 국민(your people are our people)”이라며 가능한 모든 협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도 “UAE는 철수 과정은 물론 (한국 교민들의) 집결과정 등 많은 부분에서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 협조를 얻어내고 안전을 지원할 수 있는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물론 장기간 에너지·방위산업 등 협력을 통해 다져진 한국과 UAE 간 협력관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대사관을 출발한 교민들은 1178km에 이르는 육로이동 중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당초 수도 하르툼과 해안도시인 포트수단은 약 840km 정도다. 그러나 이송행렬은 돌발상황 등을 고려해 300km 이상 돌아가는 경로를 택했다. 이송행렬은 이동 중 일어난 차량 고장을 고쳐가며 결국 위험지역을 빠져나왔고, 포트수단에서 대기 중이던 C-130J 수송기에 올라 수단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 충돌 사태로 고립됐던 교민들이 24일(현지시간) 우리 군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2023.04.25 [사진 제공 = 외교부]
이번 ‘프라미스 작전’ 임무완수의 밑바탕에는 외교력과 군사력, 정보력을 총동원한 정부의 노력도 있었다. 현지 외교공관과 국방부 정보본부, 국가정보원 등은 최적의 대피 경로와 시기를 택하기 위해 현지 네트워크와 한미 간 협조체계를 가동했다. 이번 작전에 필요한 한국 공군기의 16개국 영공통과 협조도 하루 안에 끝났을 정도로 정부와 군 당국 차원의 외교도 매끄럽게 이뤄졌다. 군 당국은 이번 작전에 공군의 C-130J와 KC-330 등 수송자산을 투입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등 최정예 요원들도 투입됐다. 오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해군 청해부대도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수단 인근 해역으로 즉시 이동해 ‘플랜B’를 대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육군, 해군, 공군 합동전력을 모두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뒀다.

대통령실은 12년만의 미국 국빈 방문이라는 초대형 이벤트에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의 미국행을 늦출 정도로 작전에 공을 들였다.

조 실장과 ‘왕수석’인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국내에 남아 수단 관련 업무에 매진했고, 지난 21일부터 가동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는 24일까지 6차례에 걸친 회의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공군 1호기 내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한편, 용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기내 화상회의를 이어가며 탈출 직전까지의 상황을 진두지휘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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