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학교’…마을 공동체 붕괴의 도화선

이지현 2023. 4. 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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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KBS전주방송총국이 마련한 '지방 소멸 연중 기획' 순서입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시골 학교의 실태, 전해드렸는데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되었던 학교가 사라지면서 주변 마을의 소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출입문이 굳게 닫힌 익산의 한 초등학교.

지난 2011년 학생 수가 10명까지 줄자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당시 3백 명에 육박했던 주변 다섯 개 마을 주민 수는 현재 백 명 남짓까지 줄었고 그만큼 빈집만 늘어갑니다.

[익산 ○○마을 주민 : "옛날에는 아이들이 많았죠. 젊은 사람들이 없으니깐 아기도 안 낳고 그렇죠."]

지난 2018년 인근 학교와 통합되며 폐교된 이 초등학교 주변 마을도 비슷합니다.

당시 8명가량이던 학생 대부분은 2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도심까지 통학해야 했는데, 너무 먼 등하굣길에 지쳐 결국 마을을 떠났습니다.

[익산 □□마을 주민들 : "아이들은 대부분 시내로 갔죠. (옆(통합 학교)으로는 한두 명이나 가고 나머지는 시내로 갔어요.)"]

갈대로 뒤덮인 이 공터는 원래 초등학교 자리였습니다.

지난 2012년 학교가 문을 닫고 건물마저 허물었는데, 이 30대 아빠는 어린 시절 추억 서린 모교를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못해 안타깝기만 합니다.

주변 마을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아이를 키우면서 고향을 지키고 있지만, 학교가 없는 상황에 도시로 이사를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김정호/군산시 옥서면 : "정말 애들 교육이나 이런 걸 생각하면 나중에는 생각을 해보겠죠."]

1990년 이후 전북지역에서 문을 닫은 학교는 모두 320곳으로 현재 남아있는 학교 4백20여 곳의 75% 수준에 이릅니다.

초등학교가 300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14곳과 5곳, 특수학교가 1곳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골 마을에서 학교는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마을의 소멸을 막는 가장 강력한 댐 기능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한 학습의 공간을 넘어 주민들의 만남과 마을 단합을 촉발해 사람을 끌어모으고 이탈을 막는 겁니다.

[이대건/책마을해리 대표 :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일 수 있죠. 세대를 막론하고, 운동회가 있거나 학교에 무슨 일이 있으면 함께 와서 같이 논의하고 참여해서 뭔가 결정도 하고 그 결정에 따라서 고칠 거 고치고 새로 할 거 새로 하고 이렇게 공동체를 이룬 중요한 구심이었던 거죠."]

폐교로 가속화되는 마을 공동체 붕괴와 지역의 소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지현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

이지현 기자 (id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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