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 낳은 ‘수요 예측모델’ 정보 깜깜

이규희 2023. 4. 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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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대 높은 혼잡도로 '지옥철' 논란에 휩싸인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 사태 이후 대중교통 수요예측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관련 기관의 자료 공개는 '깜깜이' 수준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신림선이 벌써 수요 관련 논란에 휩싸인 건 기존 사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요 예측 모델을 사후에 재검증할 수 있도록 연구에서 활용되고 조정된 실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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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재검증 활성화 필요 지적
우이신설선·신림선… 과도한 예측
수익성 떨어져 서울시 부담 가중
김포골드라인은 혼잡도 극심해
공개 의무 없어 원인 규명 곤란
전문가 “정보 투명성 높여야 개선”
市 “공개시 투기 등 부작용 우려”

출퇴근 시간대 높은 혼잡도로 ‘지옥철’ 논란에 휩싸인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 사태 이후 대중교통 수요예측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관련 기관의 자료 공개는 ‘깜깜이’ 수준이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 서울시내 철도 노선이 수요예측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정보 투명성 제고로 사후 재검증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우이신설선·신림선 등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 경전철의 사업 타당성 분석과 사업 제안, 검증 과정에서 사용한 ‘편익 분석 데이터’를 일반 대중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초 분석 데이터의 보관·공개 의무가 없어서다.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김포공항역에서 하차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경전철은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외에도 착공에 들어간 동북선, 실시협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서부선,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인 강북횡단선·목동선·면목선·난곡선 등이 있다. 이미 운영 중인 우이신설선과 신림선은 과도한 수요예측 탓에 수익성이 떨어져 도마에 올랐다.

2017년 개통한 우이신설선은 하루 평균 13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올해 1분기(1∼3월) 승객이 7만1686명에 그쳤다. 민간사업자가 파산 위기까지 내몰리면서 시가 운영비를 제외한 재정비용 일부를 분담하는 방식의 사업 재구조화를 추진 중이다. 사업 기간인 2047년 9월까지 연평균 371억원의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시는 예측했다.

지난해 개통된 신림선의 경우 올해 1분기 이용객이 당초 예측치인 13만명에 비해 크게 부족한 6만8617명에 불과했다. 개통 1년 만에 수요예측 적정성 논란을 야기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신림선이 벌써 수요 관련 논란에 휩싸인 건 기존 사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요 예측 모델을 사후에 재검증할 수 있도록 연구에서 활용되고 조정된 실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전철 사업의 수요 예측이 빗나가 사업비 규모가 늘고, 수습 과정의 비용을 시민이(시가) 떠안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공공영역에서 관련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사회적 토론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루 검토한 후 하나를 선택해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대중에 공개하는 건 당연한 절차인데, 우리나라에선 이 부분이 깜깜이로 남아 있다”고 일갈했다.

시는 여러 이유로 관련 정보 공개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자사업은 제3자 정보제한규정 등 때문에 비율 정도만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보가 공개되면 오히려 경전철 노선이 지나가는 곳 인근에서 투기가 야기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운영 중인 노선의 사후 재검증조차 못 하도록 하는 건 문제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2009년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우이신설선의 편익 분석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냐는 기자의 요구에 “이미 15년 가까이 흐른 탓에 수소문을 해야 관련 문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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