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우리술 약주로 격하…청주 이름 되찾아야죠”

김용구 기자 2023. 4. 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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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최근 '혼술'과 '홈술'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소주 맥주에 국한되던 국내 주류 시장에서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술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옛 마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청주 생산 전초 기지로 삼을 정도로 주류 문화가 발달한 곳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청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우리 술에 청주라는 이름을 못 쓰게 했죠. 전통주 복원에 앞서 일본에 빼앗긴 이름부터 되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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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호 ‘전통주 이야기’ 대표

- “조선시대 가양주 최소 400여 종
- 전통주 대중화 위해 사비로 대회
- MZ세대 입맛 맞는 술 개발해야”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혼술’과 ‘홈술’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소주 맥주에 국한되던 국내 주류 시장에서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술이 관심을 받고 있다. 전통주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 창원 의창구 북면에는 지역 전통주 복원과 대중화를 꿈꾸는 이가 있다. 25일 전통주 연구·교육 모임인 ‘전통주 이야기’ 허승호(57) 대표를 만나 전통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들어봤다.

지역 전통주 복원과 대중화를 꿈꾸는 ‘전통주 이야기’ 허승호 대표.


“옛 마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청주 생산 전초 기지로 삼을 정도로 주류 문화가 발달한 곳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청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우리 술에 청주라는 이름을 못 쓰게 했죠. 전통주 복원에 앞서 일본에 빼앗긴 이름부터 되찾아야 합니다.”

허 대표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각 가문에 이어져 온 비법과 지역 쌀을 토대로 집에서 술을 담그는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양조 기술이 발전해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된 것만 400여 종에 이를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이런 전통주 문화가 단절됐다고 했다. 1909년 가양주에 세금을 물리고 1916년 가양주에 면허를 부여하는 주세령(酒稅令)을 발령하면서다. 특히 조선총독부가 우리 청주를 ‘약주’로 부르게 하고 오로지 사케(일본주)만 청주로 취급했는데 해방 이후 보릿고개 시절에도 정부가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하는 암흑기가 이어지면서 일제 잔재가 아직도 통용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사비를 들여 지난해부터 경남 유일의 전통주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4일 창원 의창구 사화동 운암서원에서 열린 ‘제2회 창원 전통주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출품된 청주 58종, 탁주 49종 등 107종이 경합을 벌였다. 허 대표는 대중화를 위해 참가비 1만 원에 각종 술을 맛보는 시음회를 열었는데, 2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허 대표 홀로 전통주 복원과 대중화에 매진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전통주 이야기’ 모임 인원은 600명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 경기 평택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명주대상’에서 입상한 50명 중 11명이 이 모임 출신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

허 대표는 2011년부터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전통주를 연구했다고 한다. 전통주 대가로 불리는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에게 사사하기도 했다. 2년 전 서예가인 다천 김종원 전 경남도립미술관장은 경제적 이익보다는 이상을 좇는 그의 모습을 보고 몽산(夢山)이라는 호를 지어주기도 했다. 그는 상업적으로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사회적경제기업 설립을 고려 중이다.

허 대표는 대중화와 복원 과정에서 전통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로지 누룩과 쌀, 물로만 만드는 전통주의 핵심 가치는 이어가면서 미래 주역인 MZ세대 입맛에도 맞는 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전통주가 대중화하면 지역 농가의 쌀 소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술의 향미와 취흥을 즐기는 적절한 음주 문화가 자리 잡는데 전통주가 커다란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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