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이병헌 감독 "팬심에 사진이라도 올려봤다는 스태프 덕에 아이유에게 제안" [인터뷰M]

김경희 2023. 4. 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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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만 관객을 사로잡은 '극한직업'에 이어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병헌 감독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홈리스 월드컵을 다룬 20분짜리 TV 교양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는 이런 축구 대회가 있는지, 홈리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는 이병헌 감독은 "그 방송을 보면서 내가 아예 이런 걸 몰랐다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감동도 있고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이런 거면 대중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겠고, 몰랐던 것도 소개해 줄 수 있겠다, 많이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게 되었다."라며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영화에는 살짝 신파가 섞이긴 했지만 뒷부분의 이야기는 이미 정해져 있어서 영화적 기교가 필요 없을 것 같더라. 순수하고 담백하게 만들려고 실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만들었다. 홈리스 선수들은 당연히 있었고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경기들은 완벽하게 실제 그분들의 경기 내용을 재현했다. 이들을 코칭 한 감독도 실제로 있었다. 2010년 당시의 감독은 축구선수 출신은 아니었지만 재능기부를 해주신 감독님이셨고, 제가 봤던 다큐멘터리를 만든 PD도 있었기에 작품 속 인물을 그렇게 만들었다."라며 어디까지가 실제였는지를 이야기했다.

완전히 실제 이야기로만 영화를 만들기에는 대중영화로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이병헌 감독은 "감독 역할의 '홍대'와 취재를 하는 '소민'이를 활용해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자 생각했다. 홈리스인 분들의 사연은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코미디 작업에 고민도 많았는데 초고는 빡빡하게 코미디로 채워서 만들었다. 대사량도 많았고 코미디도 투 머치 하게 집어넣은 뒤 스태프들과 회의하고 모니터 하며 코미디를 걷어내는 작업을 오래 했다."라며 감동과 코미디 사이의 균형감을 어떻게 맞춰나갔는지를 이야기했다.

이병헌 감독은 "홈리스 팀은 사회적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가 바로 울타리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울타리 안 바로 앞에는 '홍대'가 서 있길 바랐다. 울타리 안에서 뒤처진 사람 '홍대'와 어떻게든 울타리 안으로 진입하려고 애쓰는 홈리스 팀을 구도로 정하고 그래서 각 캐릭터에게 서사와 열등감 등을 심어줬다."라며 가장 큰 교감을 하는 '홍대'와 홈리스 선수들 간의 설정의 비밀을 밝혔다.

이병헌 감독은 영화의 제목 '드림'에 담긴 비밀도 공개했다. 처음에는 제목이 없어서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가제를 두고 제목 공모도 하며 괜찮은 제목을 찾았다는 그는 "'홈리스 월드컵'은 호기심이나 관심보다는 편견을 먼저 심어줄 것 같아서 다른 제목을 찾았는데 투자사의 의견으로 '드림'을 붙였다. 그런데 너무 착하고 단순한 제목이라 더 고민해 보자고 했지만 박서준, 아이유가 캐스팅되면서 생각보다 홍보가 많이 되는 바람에 다른 제목으로 바꿀 수가 없었다."라며 의미는 좋지만 착하고 쉬운 제목이어서 아쉬움은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박서준, 아이유의 캐스팅 비화도 밝혔다. 그는 "초반에 캐스팅 진행을 할 때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극한 직업'이나 '멜로가 체질' 이후에는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하는 데 좀 수월한 위치가 되기는 했다. 박서준의 캐스팅에는 운도 좋았던 게 그도 가볍고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찾던 중이었고, 저도 후반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뒤에 박서준에게 시나리오를 줄 수 있었다. 너무 다행스럽게 박서준은 이야기가 가지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더라. 다만 해외 로케이션의 경기 내용에 대해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질문을 많이 해서 오랫동안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고 나서 흔쾌히 결정하더라."라며 박서준을 가장 먼저 캐스팅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아이유가 연기한 '소민'의 경우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홍대'보다 더 나이가 많고 생활에 찌든 캐릭터였다고 한다. 이 영화 자체가 멀티캐스팅이어서 스타급 캐스팅은 생각도 하지 않았고 아이유는 애초의 캐스팅 리스트에 없었다는 이병헌 감독은 "캐스팅 회의를 하는데 스태프가 아이유 사진을 최상단에 올려놨더라. '아이유가 여기 왜 있을까?' 했더니 정말 진심 어린 표정으로 가슴에 손까지 얹고 '팬심에 사진이라도 올려봤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웃기더라. '나도 사실 팬이지!' 싶어서 '그럼 우리 미친척하고 한번 넣어 볼까? 하겠다고 하면 시나리오도 수정하겠어'라고 했는데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다. 아이유도 정말 운이 좋았던 게 그도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처음이라 원탑, 투 탑의 영화는 여러 배우가 함께 하는 의미 있고 착한 영화를 찾고 있었던 거 같았다."라며 스태프의 사심 덕분에 성사된 캐스팅임을 알렸다.

이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캐스팅에서 혹시 '멜로가 체질'과 이어지는 이병헌 세계관의 확장인 거냐는 질문에 그는 쑥스럽게 웃었다. "정말 세계관이라는 말이 너무 쑥스럽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오래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이고 그 역할에 어울리는 데다 연기도 잘 하는 분들이기에 제안을 안 할 이유가 없었고 스케줄이 맞아서 같이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또 캐릭터들의 이름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생각하질지 몰라서 정말 아차 싶었다. 제 작품이 쌓이다 보니 관객이나 시청자도 너무 알아 버려서 혼돈을 주고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되더라.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알아보실 줄 예상을 못 했고, '아이고! 이름 바꿀걸!!'이라는 생각을 깊이 했다. 전혀 아무런 세계관도 없고 노동량을 줄이기 위한 가벼운 생각이었는데 다음 작품부터는 이름을 다 바꿔야 할 것 같다."라며 해명했다.

작품마다 대사의 홍수, 말맛의 폭풍을 몰고 오는 이병헌 감독이기에 현장에서나 인터뷰에서도 굉장히 말을 잘 하고 많이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함께 작업해 본 아이유는 이병헌 감독과 거의 대화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병헌 감독은 "우디 앨런도 그렇게 말 많은 것 같은데 배우와 말을 많이 안 한다더라."라고 하며 "저는 원래 낯을 가리고 평소에 말이 없는 편이다. 일 이야기 외에는 말을 잘 못한다. 아이유도 약간 성격이 먼저 말을 거는 스타일이 아니더라. 기분 좋은 거리감이 있었다. 일하면서 디렉션 할 때라도 대화를 하면 좋았을 텐데 일을 너무 잘 해서 별로 할 말이 없고 그러다 보니 대화량이 없었다. 서로 미워하지 않으니 기분 좋은 거리감이라고만 생각하련다."라며 대화는 많지 않았지만 좋은 관계임을 밝혔다.

그러며 직접 연기 시연까지 펼친다는 아이유의 발언에 대해 덧붙이기도 했다. "아이유가 너무 겸손하게 말한 건데 제가 시연을 한 건 한두 번 밖에 없었다. 시연하며 디렉션하고 수정을 요구했던 건 그 테이크에서 아이유의 연기가 잘못되거나 틀려서가 아니라 오케이 컷을 받아놓고 시간이 좀 남았길래 그럴 때 연기 톤을 바꾸면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있는 게 나올 수 있어서 그걸 바라고 낚시하듯 했던 것"이라며 설명했다.

대사의 속도감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는 전체 시나리오에 대한 리듬감과 속도를 계산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도 이 부분에서는 이 정도의 속도가 있어야 계획한 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뒤 신을 보고 이 신은 느릴지 빠를지를 결정하는데 구조적으로 이미 시나리오에서 속도가 정해져 있는 편이다."라고 설명하며 "속도도 중요하지만 저는 배우의 느낌이 먼저라서 그들이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먼저 보는 걸 좋아한다. 그걸 먼저 보고 그다음에 속도를 조금 더 조절해달라고 하는 편이다. 너무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대사를 빠르게 해달라고 하면 알아서 다 속도를 조절해 주시더라"라며 무턱대고 대사 속도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 톤을 보고 결정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병헌 감독은 "아이유가 초반에 박서준과 티키타카를 맞추는 신이 있는데 그때 엄청난 폭염이었다. 고지대여서 그늘도 없어서 더위에 다들 고생했는데 아이유가 진짜 더위를 먹어서 컷을 했는데도 계속 웃더라. 집에 보내달라고 하면서 웃는데 진짜 힘들어서 나오는 웃음이더라. 안쓰러우면서도 좋은 장면이 나온 거 같아 기분은 좋았다. 다른 배우들은 운동장 안에서 뛰어야 하다 보니 모두가 열정적으로 연기했다."라며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열정적으로 연기를 했던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홈리스 축구팀의 경기와 대조되게 박서준이 연기한 '홍대'의 축구 경기의 경우 굉장히 속도감도 있고 그래픽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매끄러웠다. 이 장면의 경우 영화보다 CF를 참고했다는 이병헌 감독은 "촬영감독과 회의를 많이 했고 카메라 들고 많이 뛰며 만든 장면이다. 관중석의 관객 말고는 CG가 없었다. 배우가 한번 달리면 카메라는 3~4명이 같이 들고뛰었다. 물리적으로 사람이 고생을 많이 해서 나온 신"이라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드림'은 4월 26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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