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형식 주일 한국문화원장 “한류 20년, 日은 중요 시장… 양국 상생·협력으로 윈윈해야” [세계초대석]

강구열 2023. 4. 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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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에 열풍 ‘겨울연가’ 방영이 한류 원년
4차례 한류 붐 거쳐 소비층 전 세대 퍼져
지금은 하나의 장르… 한국 문화 전반 확대
한·일 관계따라 부침 있었지만 이제 달라
한류 확장성·개방성에 보편적 가치 갖춰
부담 없이 즐기는 단계… 日 협업 제안 활발
양국 비즈니스로 진화… 사업 발굴에 역점
미래세대 교류 활성화 등 안착 방안 고민
20주년 기념 드라마 상영회 등 행사 준비
“한류는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일본에게도 이제 중요한 비즈니스가 됐습니다. 한류가 한국만 이익을 얻는 분야가 아닌 거죠. 한·일 양국이 협력해 시장을 키우고 경쟁력을 높여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한 상생, 협력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형식 주일 한국문화원 원장이 지난 21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지난 20년간 한류의 성과와 일본에 한국 문화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주년을 맞은 일본 내 한류의 안정적인 지속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공형식 주일 한국문화원 원장은 양국의 협력과 공존을 말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일방적인 흐름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성공이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류의 중심인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을 일본에 소개하는 거점 중 하나인 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공 원장을 21일 도쿄 신주쿠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류의 지난 20년과 발전을 위한 과제가 대화의 주요 주제였다.

―드라마 ‘겨울연가’ 방영 기준으로 올해를 한류 20주년이라고 한다.

“일본 내 한류를 이야기하려면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 간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부터 짚어야 한다. 이 선언으로 한국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이뤄졌고, 일본에 다양한 한국 문화가 소개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로 더욱 다양한 한국 문화가 알려졌고, 2003년 4월3일 NHK방송의 ‘겨울연가’ 방영으로 이어졌다. 잘 알려졌지만 당시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아사히신문이 뽑은 ‘유행어 대상’에 주인공 배용준씨의 일본식 별명 ‘욘사마’가 선정될 정도였다. 겨울연가 흥행 후 다른 한류 배우들이 대거 소개된 2004년을 한류 원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2013년에 일본 한류 사업자들이 모여 ‘한류 10주년 기념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겨울연가 방영을 한류 원년으로 삼게 됐다.”
―20년간 어떤 과정을 겪었나.

“네 차례의 한류 붐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겨울연가 방영으로 형성된 1차는 중년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았다. 보아, 동방신기 같은 가수들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 당시엔 K팝 가수라기보다 J팝(일본 대중음악) 가수로 활동한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본다.

2010년부터는 2차 붐이 일었는데 카라, 소녀시대 등의 등장으로 젊은 여성층으로 인기가 확산됐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넘어 관광, 소비재 등의 상품에도 한류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3차 붐은 2017년쯤 시작됐다. 10∼20대 여성 팬이 급증했던 시기다. 4차는 영화 ‘기생충’,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조성됐다. 한류에 관심이 낮았던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졌다.”
―초창기와 현재의 한류를 비교한다면.

“초창기 한류 소비층은 중·장년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전 세대를 아우른다. 겨울연가를 봤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한류를 즐기고, K팝 공연을 부모와 자녀가 같이 보러 다닌다. 예전에는 생소함, 신선함이 매력이었다면 이제는 세련됨, 고급 문화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가는 게 힘들어 지면서 생긴 ‘도한(渡韓) 놀이’(한국 관광 놀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사용하는 ‘한본어’ 등 한국 문화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층이 크게 늘었다.”

―한·일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기도 했나.

“관계가 나빠지면 방송에서 한국 관련 콘텐츠가 사라지기도 했다. 외부의 압력 때문이라기보단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 것이었다고 본다. 이제는 양국 관계에 크게 관계없이 즐기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황을 보면 양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관계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민간 부문에서 움직임이 확연히 활발해졌다. 문화원이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비즈니스센터 등에 일본 측의 협업 제안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

―성공을 이끈 요인을 무엇이라고 보나.

“폭넓고 다양한 장르, 영역, 지역으로 넓혀 나가는 확장성, 다른 나라의 자원을 잘 활용하고 그들의 문화가 가진 매력을 과감히 접목하는 개방성이다. 세계인이 한류에서 보편적 가치를 발견한 것도 주효했다. 앞으로도 계속 키워나가야 할 부분이다.”

이 대목에서 공 원장은 한류가 이제 “특정 시기의 일시적 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식, 관광, 한국어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할 일은 한류의 대상을 확장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것으로 정착시킬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우리 문화를 알리는 플랫폼이고 다양한 기업, 기관의 활동을 지원하는 거점’인 문화원의 관련 활동에서 중시하는 것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한국 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은.

“균형이 일단 중요하다. 일본인들이 대중문화에만 주목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는 의미에서다. 현대와 전통, 대중문화와 순수문화 등을 골고루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음으로 상생·협력이다. 일본은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이고, 우리에겐 콘텐츠산업의 중요한 소비시장이자 협력 거점이다.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고 경쟁력을 키워 윈윈해야 한다. 일본 내 한류는 이제 단순한 한국 문화 붐이 아니라 양국이 협력하는 중요한 비즈니스 영역이 됐다. 서로가 공감하며 문화적 유대감을 강화할 사업을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양국의 역사적 인연이 깃든 명소나 계기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한·일 월드컵 20주년 특별 사진전, (일제강점기에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역설한) 야나기 무네요시 관련 전시회 등을 사례로 들 수 있겠다.

미래 세대 교류 활성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젊은 세대가 교류하며 이해를 높이는 게 양국의 미래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어 개인적으론 ‘도화지 같은 존재’라고 부른다. 양국 젊은이들이 서로에 대해 좋은 스케치, 바탕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문화원에서는 어떤 행사가 있었나.

“문학, 클래식, 전통 공연, 전통 공예, 한방 등을 주제로 한국 문화를 폭넓게 소개해 왔다. 청년 전통 음악가 협연 등은 양국 국민이 유대감, 공감을 넓힐 수 있는 이벤트였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 K팝 프로젝트 오디션K 등은 미래 세대 교류를 위해 기획한 것이다.”

―일본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행사 참가자 90% 이상이 일본인인데 만족도는 매우 높다. 온라인 행사에는 지방에 있는 사람들도 많이 참가한다. 지방에서는 한국 문화를 좀처럼 접하기 어려워 온라인으로라도 행사를 지속해줄 것을 희망한다.”
―한류의 미래를 위해선 젊은 층이 중요할 것 같다.

“말, 글, 노래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어린 학생들의 관심이 많다. 매년 일본 7개 도시에서 여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중·고교생 3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1년 코스로 개강하는 ‘중·고교생을 위한 한국어 강좌’에는 올해 정원의 7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한·일 교류 작문 콘테스트에는 지난해에 3217명이 응모했고, 지난해 처음 진행한 K팝 꿈나무 오디션에는 698명이 지원했다.”

―20주년을 기념해 준비 중인 행사가 있다면.

“지난 1월에 후쿠시마현에서 실내악단의 한류 드라마 주제가 연주와 가수 김연자씨 공연으로 구성된 ‘후쿠시마와 함께하는 한류 20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공연장 2000석이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김연자씨처럼 일찍부터 일본에서 활동한 분들을 드러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1주기 추모전도 개최 중이다. 이 전 장관의 책을 감명 깊게 읽었던 일본인들이 전시회를 찾아 당시를 회상하며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 인기를 모았던 영화들을 상영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한국 드라마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콘서트, 한류 전시회, 한국 드라마 순회 상영회, 한·일 콘텐츠 비즈니스 포럼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행사가 한류가 재도약하고 질적으로 더욱 발전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공형식 주일 한국문화원장은…
 
●서울(55세) ●성균관대 영문학과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신문방송대학원 석사 ●행시 38회(1995) ●주유엔대표부홍보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통상협력팀장 ●주일문화홍보관 ●문체부 국어정책과장·창조행정담당관·저작권정책과장·미디어정책과장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 ●주일 한국문화원장(2021.11∼)

도쿄=글·사진 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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