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1주년에 러 본토 공격 계획…미국이 말렸다"

우크라이나군/AFPBBNews=뉴스1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된 지난 2월 24일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계획은 이를 사전에 인지한 미국 정부가 제지해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WP에 따르면 유출된 미국 국가안보국(NSA) 기밀문건에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은 지난 2월 13일 "2월 24일에 맞춰 HUR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정보가 담겼다.

HUR 관리들은 강력폭약인 TNT를 사용해 러시아의 흑해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를 해상에서 공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WP는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움직임을 비밀리에 추적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오랜 기간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이 러시아 정부의 공격적인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특히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러한 작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게 미국 측의 판단이다.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중국에 러시아를 지원할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HUR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준비하던 2월 13일, 미국은 러시아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즉시 출국하라고 재차 권고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공격 수위를 어느 정도로 예상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자국민들에 대한 출국 권고는 전쟁 1주년을 전후한 공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쟁 발발 1주년 이틀 전인 지난 2월 22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새로운 기밀문서가 배포됐다. HUR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미루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이다. 정확히 누가 개입했으며 어떠한 이유로 우크라이나 측이 공격을 보류하는 것에 동의했는지는 이 문서에 담기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타격 계획을 완전히 저지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 1주년이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2월 28일 수도 모스크바 주변을 포함해 러시아 본토 곳곳에서 드론이 나타나 일부 기반시설을 타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부인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