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칼럼] 민주당, 만년 야당 작정했나

2023. 4. 2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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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

한마디로 정치 과잉시대다. 정치가 경제, 사회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는 블랙홀이다. 정치가 개입하는 순간 모든 이슈는 갈등이 된다.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 한다.

갈등 공화국은 그 산물이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은 거대 야당에 막혀 표류한다. 야당은 입법 폭주를 서슴지 않는다. 입법권을 틀어쥔 야당이 반대하면 대통령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국가 경제의 사활이 걸린 'K-칩스법'을 처리하는 데 7개월이 걸렸다. 세월호 참사를 정쟁화해 국력 낭비와 국론 분열을 부른 주범도 정치였다. 이태원 참사도 닮은꼴이 돼 간다. 정치 과잉이 국가를 좀 먹고 있다.

물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 추세다.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자국 위주의 보호무역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국익을 앞세운 정치논리가 작동한 결과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대중 반도체 규제 등도 경제로 포장돼 있지만 한꺼플 들어가보면 정치논리가 자리한다. 중국의 도전을 용납치 않겠다는 것이다. 국익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선거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런 조치들이 미 의회 선거 직전에 쏟아져 나온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국익 앞에선 여야가 뭉치는 미국 특유의 정치문화가 작용했다. 싸우다가도 국익에는 한목소리를 내는 게 미국 정치의 힘이다.

우리 정치는 어떤가. 당리당략에 국익은 아예 실종됐다. 정상회담이 최대 정쟁거리가 되고 미국 정보당국의 도·감청이 모든 이슈를 덮는 상황은 국익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비정상이 없다. 정쟁 만능주의에 빠진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더불어민주당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정상회담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통치행위다.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다. 야당이 일시적인 정쟁의 소재로 삼을 수는 있지만 백번 양보해도 정상회담을 조사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도 없다. 불가능하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꼬일대로 꼬인 한일관계를 풀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을 당리당략에 따라 비판할 순 있지만 극단적인 정쟁으로 몰아가는 옳지 않다. 내부 갈등은 결국 일본 정부의 입지만 키워준다. 국익에 반한다. 이쯤에서 멈추는 게 도리다.

윤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한 야당 대응도 도를 넘었다.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시사 발언과 대만 문제 언급 등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윤 대통령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야당으로서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문제는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면 타죽을 것"이라는 중국의 무례한 공격에 맞장구를 치는 식의 대응은 곤란하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발언 번복과 사과를 요구하기에 앞서 중국의 무례함을 비판하는 게 먼저였다. 그러니 사대외교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미 정보당국의 도·감청 의혹도 마찬가지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분 나쁘고 화나는 일이지만 정상회담을 눈 앞에 둔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우선 고려 요인은 역시 국익이다. 민주당은 미국에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하라고 한다. 일부 의원은 미측에 항의 서한까지 보냈다.

야당이 이 문제를 외교 갈등으로 끌고 가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식 감정 대응보다는 정부가 추진하는 고급 정보 공유가 국익 차원서 훨씬 현실적이다. 민주당은 쟁쟁을 멈추고 조용히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요즘 민주당 행태를 보면 만년 야당을 작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권 대안세력이라면 할 수 없는 무리한 행태의 연속이다. 집권을 꿈 꾼다면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여당의 잇단 헛발질로 정권 견제론이 50%를 넘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30% 중반에 머무는 이유다.

20년 집권론이 현실화 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 오만과 독주로 민심이반을 불러 정권을 내준 게 불과 1년전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그대로 되풀이 했다. 실패의 교훈을 지금이라도 되새기길 바란다.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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