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가면 돈 번다” 해외 현장서 뽑은 수출 유망국 9곳 보니
최악 무역적자 속 韓 수출 증가 등 선방
막강 인구 인도·인니·멕시코, 전기차 유망
한류 열풍에 식품 등 고소득층 타깃 필요
호주·캐나다, 중국산 통신장비 대체 물색
방글라·우즈벡·이스라엘 성장률 최고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여전히 한국 수출이 빛을 발했거나 앞으로 수출 시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아 주목해야 할 수출 유망국 9곳을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공개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전기차, 반도체 등 제조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 광활한 자원 가격 상승으로 돈이 몰리는 아랍에미리트(UAE)·호주·캐나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 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이스라엘 등 총 9개국이다.
‘제조업 강화’ 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
셋 다 1억 이상 거대 내수 시장 보유
인도 이륜·삼륜 전기차↑…5G서 中 배제
코트라는 25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수출 다변화를 위해 해외 84개국에 나가 있는 129개 무역관들을 대상으로 이슈 회의 등을 통해 취합한 ‘주목해야 할 수출 유망국 9’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최근 3년(2020~2022년)간 수출 상위 50개국을 분석해 3개 테마별로 두각을 나타내는 9개국의 우리 수출 확대 가능성을 살폈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난해 러-우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국 등으로 반도체와 같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 하락폭이 커 무역수지 적자가 매우 심했는데 이번에 뽑힌 9개 국가는 수출 하락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늘어난 곳들”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한국은 475억 달러에 이르는 역대 최악의 무역 적자를 냈다.
우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제조업 육성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가 꼽혔다. 모두 1억명 이상의 내수 시장을 보유한 국가들로 한국의 수출 상위 15위 내 국가들이다. 인구 14억명을 넘어선 인도는 이달 들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됐다. 인도네시아는 2억 7700만명, 멕시코는 1억 3000만명에 달한다. 이 세 나라는 전기차, 반도체 등 제조업 강화를 추진 중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인도는 이륜·삼륜전기차 시장이 유망하고 정부조달시장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중국산 통신망을 배제하려고 하고 있어 한국이 대체할 현지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면서 “세 나라 모두 한류에 관심이 높은 소비 시장으로 특히 고소득층 대상의 기능성 화장품, 식품, 미용기기 등이 유망해 타깃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확보를 위한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진출이 집중돼 있어 자본재·기자재·부품 수요가 높은 상태다. 올해 본격화되는 수도 이전 프로젝트와 디지털 전환 분야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전기차 제조사들의 진출이 몰리고 있어 전기차에 특화된 타이어 등 부품과 자동차 생산 관리 시스템 시장에 주목하라고 제안했다.
호주·캐나다, 중국산 통신장비 배제
한국산 5G 틈새시장 노려볼 만
UAE, 스마트팜·자율주행 기술
이어 유가 등 자원 가격 상승으로 돈이 몰리는 UAE, 호주, 캐나다다. 한국의 수출 20위권 국가로 최근에 높은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해 재정 상황이 좋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 달러를 넘는 구매력이 높은 시장이다. 보고서는 세 나라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장비를 비롯해 전기차 등의 수요가 높고 수소 경제 협력 수요도 높다고 분석했다.
UAE는 식량 안보를 위한 스마트팜과 자율주행 관련 기술과 장비가, 리튬·니켈·코발트 등이 풍부한 호주와 캐나다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광산 장비와 중국산 통신장비와 폐쇄회로(CC)TV를 대체할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난 2월 호주는 정부기관 내 900여개가 있는 중국산 정보통신(IT) 장비와 CCTV 제품을 안보 차원에서 교체한다고 발표했고 5G 구축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캐나다 역시 드론 등 보안 영역에서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IT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만큼 중국산 제품을 대체할 틈새 시장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지역은 만성적인 노동 부족 문제로 로봇, 드론, 무인 농기계 등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고, 건강식품과 반려동물용 프리미엄 제품 등의 수출이 유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구매력이 좋은 시장인만큼 생활 편의형 앱 서비스 진출도 용이하다고 내다봤다.
작지만 세계 최고 경제성장세
방글라데시·우즈벡·이스라엘
팬데믹에도 韓 무역수지 흑자 내
코트라는 작지만 성장세가 무서운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이스라엘도 유망 국가로 판단했다. 우리의 수출 30위권 국가 중 팬데믹 기간에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들이다.
방글라데시와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각각 5.5%, 5.3%의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이 전망됐고 선진국인 이스라엘은 2.9%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1.3%)보다 두배 높게 성장률이 높았다. 한국은 세 나라를 대상으로 지난달에도 전년 같은 달보다 18~29%의 높은 수출 실적을 일궈냈다.
방글라데시와 우즈베키스탄은 기존 봉제산업과 농업의 고급화를 위한 방적기, 스마트팜 등이 유망한 것으로 전망됐다. 전기·전자, 자동차, 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산업전환을 위한 생산설비, 자본재 등의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자동차 시장 확대와 냉장고, 에어컨 등 한국산 프리미엄 가전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태호 코트라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우리 수출이 증가하는 시장이 있다”면서 “유망시장과 기회요인을 찾아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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