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년 ‘진주형평운동’ 유고 시집 낸 고 박구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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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은 짐승을 도축하는/ 또 다른 짐승들의 이름이었더라// 조선을 위해, 조선의 양반을 위해/ 자신의 고기와 거죽을 바친/ 짐승 아닌 짐승이 백정이었느니// 간난하고 처절한/ 오백년 세월이었더라/ 그보다 길게 이어진 비극의 역사였더라."
홍창신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는 시집 발문에서 "형평 100년에 때맞춰 형평운동의 배경을 유장한 서사로 그려낸 박구경 시인의 시집 <진주형평운동> 의 출간은 더욱 반갑다. 이 시집은 정수를 발라낸 힘 있는 운문의 강점으로, 지루하고 건조한 논문체에 식상한 대중에 한발 다가서 형평을 알릴 것이다. 그래서 진주가 품은 의로운 정신의 차세대 계승과 선한 영향력 전파에 큰 몫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주형평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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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40편 모두 형평운동 다뤄
천대받던 ‘백정’ 주도 인권운동
10·26 뒤 ‘경남일보’에서 해직
보건소 근무하며 1996년 등단
“백정은 짐승을 도축하는/ 또 다른 짐승들의 이름이었더라// 조선을 위해, 조선의 양반을 위해/ 자신의 고기와 거죽을 바친/ 짐승 아닌 짐승이 백정이었느니// 간난하고 처절한/ 오백년 세월이었더라/ 그보다 길게 이어진 비극의 역사였더라.”
100년 전 경남 진주에서 형평운동이 일어났을 때 가장 천대받던 신분이었지만 이 운동의 주축을 이뤘던 ‘백정’에 대해 고 박구경 시인은 유고시집 <진주형평운동>에 실린 ‘백정 유사’에서 이렇게 소개한다.
박구경 시인은 올해 형평운동 100돌을 맞아 형평운동 전체를 되짚어보는 시집을 내려고 준비했으나, 투병 중이던 암이 악화하면서 지난달 2일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향년 68. 이 때문에 <진주형평운동>은 애초 계획대로 발간일을 ‘2023년 6월30일’로 적어서 25일 세상에 나왔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25일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경남 진주시 남강야외무대에서 <진주형평운동>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고인은 2021년 11월 펴낸 다섯번째 시집 <형평사를 그리다>에서도 형평운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당시 시집에는 전체 51편 시 가운데 연작으로 9편을 형평운동에 할애했는데, <진주형평운동>에서는 4부 40편의 시 모두 형평운동을 다루고 있다.
형평운동은 1923년 4월25일 멸시와 천대에 시달리던 백정들과 그들의 처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저울처럼 공평한 사회를 만들자”며 형평사를 창립해서 펼친 인권운동이다. 경남 진주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전국으로 퍼져 1935년까지 이어졌다. 진주시민들은 형평사 창립 70돌을 한해 앞둔 1992년 형평운동의 정신을 잇기 위해 남성당한약방에서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창립했다.
1956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고인은 진주간호대(현 경상국립대 간호대)를 졸업하고 <경남일보> 기자로 근무하다 1979년 10·26 직후 신군부에 의해 해직됐다. 해직 이후 대학전공을 살려 보건소에 들어간 그는 1996년 등단해 시집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 <외딴 저 집은 둥글다>, <형평사를 그리다> 등을 남겼다. 그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진주에서 활동하며 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오랜 친분을 쌓으면서 형평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홍창신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는 시집 발문에서 “형평 100년에 때맞춰 형평운동의 배경을 유장한 서사로 그려낸 박구경 시인의 시집 <진주형평운동>의 출간은 더욱 반갑다. 이 시집은 정수를 발라낸 힘 있는 운문의 강점으로, 지루하고 건조한 논문체에 식상한 대중에 한발 다가서 형평을 알릴 것이다. 그래서 진주가 품은 의로운 정신의 차세대 계승과 선한 영향력 전파에 큰 몫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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