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하고 싶다”…서울신보 고객센터 직원이 ‘직고용’을 바라는 이유

김송이 기자 2023. 4. 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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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장이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앞에서 해고 철회 및 노사협의기구 이행을 촉구하며 조합원들과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에서 2013년부터 일한 임지연씨(45)와 김민정씨(44)는 고객이 전화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문의를 단박에 이해한다. 대출 시 보증 지원이든 폐업 시 상환 방법이든 고객이 원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재단에서 10년을 일하며 쌓은 경험의 힘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들에게는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고객의 정보를 확인할 권한이 없다. 재단 소속이 아니라 하청업체(MPC플러스) 소속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응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보 접근 권한이 없어 고객 응대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임씨가 25일 통화에서 말했다.

이들이 속 시원히 답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고객들은 모른다. 임씨는 한 고객에게서 “왜 이렇게 능력이 없고 멍청하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임씨는 “권한이 없어 안내하지 못한다고 말씀드리면 고객들은 이해를 못 한다. (원·하청) 구조를 모르시니까”라고 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뿐이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장을 차례로 맡은 김씨와 임씨는 “콜센터 직원의 처우와 고용불안은 직고용을 하지 않는 이상 개선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서 최대한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거예요. 그래야 성취감이 있잖아요.” 전산만 확인하면 답변할 수 있는 질문에도 원청 직원이 아니어서 답하지 못할 때 김씨는 “10년간 해 온 노동이 무기력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을 비롯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앞에서 해고 철회 및 노사협의기구 이행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시는 2020년 산하 투자・출연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며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주택도시공사·서울교통공사에 ‘고객센터 직고용’을 권고했다. 그러나 다른 기관과 달리 재단은 지난 3년간 직고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도 꾸리지 않았다. 노조원들이 재단 이사장에게 8차례 면담을 요청했으나 진전은 없었다. 김씨는 “서울시도 지침은 내렸지만 기관 경영은 기관의 몫이라면서 뒷짐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히려 재단은 다음달부터 고객센터 직원 25명 중 8명을 줄이겠다고 했다. 전화문의 건수가 줄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고객센터를 재단에서 완전히 분리해 운영하는 ‘풀 아웃소싱’ 계약을 지난달 31일 하청업체와 체결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원 두 명이 지난 18일 마포구에 있는 재단건물 입구 처마에 올라 이틀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임씨는 “코로나19 당시 재단의 지원사업이 늘어나 콜량이 폭주할 때는 응답률을 맞추려 화장실도 못 가면서 일했다”면서 “대출이 줄어 콜량이 감소한다고 인원까지 줄이면 앞으로는 어떻게 일하란 것이냐”고 했다. 김씨는 “사업이 처음인 사회초년생들이나 연세가 많은 분들은 재단 홈페이지에서 세세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며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들에게서 전화 문의를 할 기회조차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노조는 지난 24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부터는 전 노조원이 노숙 농성을, 임씨와 김씨를 비롯한 노조원 8명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임지연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앞에서 해고 철회 및 노사협의기구 이행을 촉구하며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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