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부동산 투자고수의 특별레슨…"`언제` 아닌 `어디`가 중요"
2시간전 출근 법학공부, 회사도 인정해 PB센터 전문가로
6년전 경매자문 82억 빌딩 지금 150억, 기억에 남아
"은행에 들어갔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경매를 맡으라고 해서 공부를 시작했죠. 그런데 외환위기(IMF사태)가 터지면서 경매물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경매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습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에게 경매에 관심을 가지게된 계기를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이다. 정말 우연하게 접한 분야에서 업계 최고 전문가까지 올라온 그지만, 처음 계기는 정말 사소했다.
1990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그는 1994년부터 부동산 경매 업무를 담당했다. 채무자가 은행 빚을 갚지 못하면 담보 물건을 직접 방문해 가치를 따져보고, 법원에 찾아가 경매에 올리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전국 곳곳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죠. 지금은 은행에서도 대행을 맡기는 업무인데 당시에는 네비게이션도 없었던 시절에 지도 하나만 보고 찾아다녔습니다. 이 물건이 어느정도의 가격인지를 감정하고 법원에 경매를 신청해야 하는데 경매도 모르고 법도 몰라서 한참을 고생했습니다."
결국 그는 직접 민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근저당권조차 확실하게 몰랐던 그는 은행 문 열기 2시간 전부터 회사에 나가 민사소송법에 나와있는 경매관련 법률을 정독했다. 독학으로 시작한 법학공부로 동국대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개인적인 운도 따랐다. 전 국민을 좌절에 빠지게 한 외환위기가 그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기회가 됐다. 경매부서로 발령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경매물건이 쏟아졌다. 기존에는 1억원의 가치가 있던 건물이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면서 경매가 또 하나의 부동산 주요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위기때 집값이 폭락했는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을 보고 부동산이 가장 안정적인 재산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금융위기때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쌓은 실무 경험과 이론 지식이 더해지면서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리가 됐다. 2001년 '융자계 고대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첫 저서를 발간하고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고 대표는 2002년도에 은행이 PB센터를 개설하면서 전문가로 발탁됐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라는 명칭조차 생소한 때 여러 분야 투자 전문가 중 유일하게 회사 내에서 PB센터로 이동했다.
"외환위기 때는 모두가 망하는줄 알았어요. 매물이 끝도없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그런데 1999년에 강남 영업점을 나가보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어요. 매수세가 붙기 시작한거죠.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투자 자문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1억5000만원짜리 압구정 현대 아파트가 절반 값에 팔려나가는 사례들을 수없이 봤다. 공장과 상가건물, 빌딩들도 시세의 30%선에 팔려 나갔다. 돌려 생각하면 경매는 부동산을 시세의 절반으로 살 수 있는 기회였다.
금융위기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결국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믿었고, 그의 분석은 적중했다. 고 대표는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2017년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이 됐다. 회사에서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전문가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매자문으로는 서울의 한 빌딩을 꼽았다. 2017년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재직 당시 82억원에 나온 매물의 경매를 도왔다. 현재 시세는 15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밖에 수많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물건을 소개해 고객들의 자산을 불려줬다.
그는 센터장 시절 '신한옥션SA'라는 경매물건 확인 사이트도 구축했다. 해당 물건의 위치와 감정가, 유찰 횟수, 등본, 근저당권 등 모든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권리해석을 통한 투자전망까지 알려준다.
그는 "당시 법원 홈페이지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경매물건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어렵게 구축한 뒤 유용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뿌듯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PC버전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2019년 30년간 근무한 은행을 나온 고 대표는 2년간 동국대학교 법학대학원 강단에 섰고, 2021년 제이에듀투자자문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경매강의와 유튜브, 내 집 마련 무료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집값이 언제 반등하냐는 것이다. 고 대표는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도 결국은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량과 금리 등을 감안하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보다 안전한 시기라는 것. 은행 손실을 고려해 더 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온 만큼 결국 금리가 떨어지고, 인구 감소에도 1인가구 증가로 주택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모두 은행에서 겪으면서 알게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실물 자산 가치는 결국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은 8100달러, 통화량은 640조였고 주담대 금리는 15%까지 올랐다. 금융위기때는 소득이 2만1000달러, 통화량이 1400조까지 올라 부동산 시장 안정세가 외환위기때보다 더 빨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주담대 금리는 금융위기 당시의 절반 수준이고, 통화량은 2.5배 늘어나 우리나라 경제가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후퇴하지 않는 이상 실무자산 가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집값이 하락하고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서 '경린이'(경매+어린이, 경매 초보바)들이 늘고 있다. 고 대표가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당부하는 것은 '언제'가 아닌 '어디'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지난 2020년 집값이 폭등할 때도, 최근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질 때도 같은 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제 강의를 수강하는 분들은 항상 '지금 사도 될까요'라고 묻는데 그때마다 항상 시기는 중요하지 않는다고 답한다"며 "그 물건의 본질을 보고 사면 언제, 얼마에 사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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