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MPANY] `해저전력케이블` 달고 고속성장… 글로벌 프로젝트로 더 높이 난다
통신 넘어 전력케이블로 사업 확장
국내 유일 해저케이블 포설선 보유
시공역량 키워 각종 프로젝트 수주
해상풍력시장 급성장, 새로운 기회
LS전선의 손을 잡은 KT서브마린이 해저케이블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빠른 속도로 실적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LS전선의 지분 인수로 협력이 더욱 확대되면서 KT서브마린의 성장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재무제표 기준 매출 86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지난해 해저통신 건설 시장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면서 전년 동기 및 직전 분기 대비 두 자리수 수준의 하락을 기록했으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KT서브마린은 지난 1995년 한국해저통신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해저 시공 전문 업체로, 해저 광케이블 사업에 특화된 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2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하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지난 2010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전력케이블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했다.
다만 주력사업인 통신케이블 사업에서 역내 프로젝트 규모가 감소하고 수주단가가 하락하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LS전선 지분인수, '전력케이블' 포트폴리오 확장 본격화= KT서브마린이 해저전력케이블 사업을 본격 추진한 것은 지난해 LS그룹의 투자가 시작된 것과 맞물린다. LS그룹 주요 계열사인 LS전선은 지난해 10월 KT서브마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총 주식의 16%인 404만주를 252억원에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LS전선은 KT서브마린 주식 629만주에 대한 콜옵션(매수청구권) 행사 계약도 맺었는데, 6개월만인 이달 초 해당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는 7월 3일까지 주식 취득을 완료하면 LS전선의 KT서브마린 지분율은 기존 16.2%에서 43.8%까지 늘어난다.
LS전선의 지분 인수 후 KT서브마린은 기존 주력사업인 통신케이블 사업에 이어 해저전력케이블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LS전선의 또다른 자회사 GL마린으로부터 국내 유일의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을 약 390억원에 매입했다. 포설선은 해저케이블을 운송하고 바다 밑에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선박이다. GL2030은 선박의 위치를 정밀하게 조절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춰 케이블 포설 시 정확성을 높이고 바람과 파고 등 기후 변화에도 선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자체 포설선을 운영하면 해외에서 선박을 대여하는 과정이 없어 시공 일정을 조율하고 품질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일정 조정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외 사업 참여 가능성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KT서브마린은 포설선 인수 이후 적극적인 해저케이블 시공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포설선 인수와 같은 지난 2월 LS전선의 '제주 3연계 해저케이블 건설 프로젝트' 참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제주도와 전남 완도 간 약 90㎞를 연결하는 국내 역대급 해저케이블 사업이다.
당시 약 60억원 규모의 포설 작업에만 참여하기로 했던 KT서브마린은 이듬달인 3월에는 매설 작업도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KT서브마린은 오는 9월까지 매설 전문선박 미래로와 무인수중잠수정(ROV)를 투입해 케이블 보호공사를 수행하게 됐다.
기존 주력사업인 통신케이블 사업에서도 꾸준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KT서브마린은 일본 NEC와 태국·베트남 간 해저 광케이블 매설(보호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30억원이며,계약 기간은 올 8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다. 일본과 동남아 통신사업자들이 컨소시엄(ADC)을 구성,일본에서 싱가포르까지 약 9400㎞ 구간에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사업의 일부이다. 지난 1분기 동안 KT서브마린이 올린 수주고는 총 29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의 68%에 달한다. 지난 1분기 매출이 저조했음에도 KT서브마린이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수주 사업들이 매출로 시현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시장 급성장…LS전선과 시너지 기대= KT서브마린이 호실적을 기대하는 데에는 최근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LS전선의 수주 훈풍도 역할을 한다. LS전선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 이행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북미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수주를 지속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달 대만전력공사(TPC)가 대만 서부 해상에 건설하는 풍력단지에 약 1100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로써 LS전선은 대만 1차 해상풍력단지 건설사업의 8개 프로젝트에 대한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권을 모두 따냈다. 지난 3년간의 계약금액은 총 9000억원 수준으로, 이번 계약에 따른 추가 발주도 예상된다. 대만은 2025년까지 1차 사업을 통해 5.5GW 규모의 풍력단지를 완공하고, 2035년까지 15GW 규모를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1GW급 원전 약 20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10월에는 스웨덴 국영전력회사인 바텐폴이 건설하는 1.3GW 규모 영국 북해 보레아스 풍력발전단지에 약 2400억원 규모의 케이블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2개월만인 같은해 12월에는 보레아스 단지 옆에 건설하는 뱅가드 풍력발전단지에 4000억원 규모 케이블 공급 계약도 따냈다. 이는 국내 전선업체가 유럽에서 따낸 역대 최대 규모의 공급 계약이다.
영국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0%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 대대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북해는 수심이 얕아 비용이 저렴한 고정식 풍력발전단지 구축이 가능하고, 안정된 풍향, 적절한 풍속 등 양질의 풍질을 갖춰 글로벌 에너지업체들의 사업이 활발하다.
특히 해당 수주에는 LS전선이 개발한 320㎸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 및 지중 케이블을 공급한다. 유럽과 북미에서 사용하는 전압형(VSC) HVDC 케이블은 개발에 성공한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소수고,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유일하다. 절연 소재로 가교폴리에틸렌(XLPE)를 사용해 포설과 접속 작업이 편리하고, 유지·보수도 간편한 장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해상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LS전선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IRA가 해상풍력 산업에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적용한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다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우 미국산 비중이 40%인 반면 해상풍력은 20%만 상회하면 된다. 미국산 해저케이블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LS전선에 청신호다.
LS전선은 해상풍력발전사업 세계 1위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해저케이블 역량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지속 중이다. LS전선은 2025년까지 강원도 동해시 사업장에 약 2600억원을 추가로 투자, 국내 최대 높이인 172m 의 초고층 케이블 생산타워(VCV타워) 등 생산설비의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4월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 해저 케이블 생산 능력은 1.5배 이상 증가한다. 여기에 KT서브마린의 시공 역량을 더해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사업에서 제조부터 시공과 유지보수까지 일괄 공급이 가능한 '턴키' 서비스를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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