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예산·정책, 결혼·출산하고픈 청년에게 집중해야"
우리나라가 아동수당·육아휴직 급여 등과 같이 직접적인 저출산 대응에 쓴 예산의 비중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저출산 대응 정책을 저출산 개선에 영향을 직접 주는 사업 위주로 전면 재구조화하고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의사가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지원을 늘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저출산 대응 정책,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주제로 제3회 국가현안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2006년 이후 17년간 33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저출산 예산을 지출했지만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같은 기간 1.13명에서 0.78명으로 급감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저출산 대응 정책의 한계를 점검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가 마련한 자리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강대훈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은 '선택과 집중'의 취지에서 직접적으로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 40시간, 일 8시간 초과 금지인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아동수당, 부모 휴가, 일과 삶의 균형 등의 기본 정책의 내실화와 함께 고용, 주거, 사교육의 사회구조적 대응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대상을 모든 세대와 청년으로 설정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결혼과 출산의 선택 의사가 있는 청년 특히 비자발적 포기, 단념 청년에게 제한적으로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7년간 저출산 대응 예산이 총 332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 해 저출산 예산으로만 51조7000억원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거 정부의 저출산 예산 중 상당 비중이 주거지원 및 청년지원 사업과도 같은 상대적으로 직접 관련성이 낮은 정책에 쓰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실장은 "2019년 기준 아동수당, 육아휴직 급여 등의 현금 지급 기준으로 보면 GDP 대비 0.32%로 OECD 평균인 1.12%의 3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 대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영유아 보육 지원 등의 직접적 저출산 대응 예산을 마련, 저출산 정책의 재구조화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출산율 제고 정책만으로는 현재 수준의 생산연령 인구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인구 구조적 한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 신꽃시계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조현진 기획재정부 인구경제과장 등이 참여해 저출산 대응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토론했다.
최슬기 교수는 "삶의 질 제고'와 같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목표를 구체적인 범위로 한정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예산 비중을 높이는 것 자체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발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본부장은 " 여성과 남성이 일과 양육을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사회와 국가가 청년에게 보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이러한 확고한 방향 설정 하에서 부부의 돌봄 시간 보장, 질 높은 돌봄 서비스 제공, 아동 수당 보편 지급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꽃시계 국장은 "정부는 지난달 28일 '결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라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발표한 이래 5차 계획 준비를 위한 정책 검토 작업을 하반기까지 할 계획"이라고 말다. 조현진 과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할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상향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이나 생산성과 조화를 이루는 유연근로체제 도입, 주거 지원 정책 내실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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