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진보 외투를 벗는다" 어느 노동운동가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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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지난 24일 한 노동 관련 매체에 "나는 이제 진보 외투를 벗는다"는 글을 올렸다.
한 총장은 30년 넘게 노동운동을 하고 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직실장을 지낸 노동운동가다.
사실 한 총장의 말대로 우리나라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가입률은 0.2%로, 정작 밑바닥의 노동자들은 노동운동에 참여조차 할 수도 없는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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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근로자들에 관심 없어
한 총장이 말하고 싶은 것은 심각한 양극화와 노동 관련법의 보호에서도 소외된 저임금 근로자들이었다. 한국은 하위 50%를 향한 상위 10%의 양보와 나눔이 필요한 사회인데, 보수와 함께 상위 10%를 분점한 진보는 하위 50%에 양보하고 나눌 의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임금을 더 올리고 싶어도 지불능력이 없는 하청노동·불안정노동·영세소상공인·프리랜서 등이 1500만명이라며 이들을 위한 '소득 연대'와 기금 조성을 요구했다.
보수는 소외계층이 체제 불안요소로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따뜻함을 특징으로 하지만, 진보는 체제에 안주하고 있다고 한 총장은 비판했다.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반인권·반환경·불평등 심화 등이 자본주의 못지않다는, 감춰진 사회주의 운동사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접했다"고도 했다. 보편복지를 진보가 아닌 보수가 열었다는 역사를 배우면서 진보를 선, 보수를 악으로 보는 선악 구분법을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국 사태에서 확인하듯, 불평등한 성채 안의 삶을 더 공고히 하고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반진보 행위를 옹호하는 암담한 상황도 벌어진다. 보수는 사회적 위법상황이 발생하면 꼬리라도 신속하게 자르는데, 진보는 옹호하거나 뭉개는 대응을 되풀이하고 있다. 진보 스스로 자신을 사회적 염치조차 상실한 집단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고도 썼다.
한 총장의 선언은 현재의 진보주의자들과 거대 귀족노조들의 표리부동하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행태를 꼬집고 비판한 것이다. 사실 한 총장의 말대로 우리나라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가입률은 0.2%로, 정작 밑바닥의 노동자들은 노동운동에 참여조차 할 수도 없는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반면에 거대 노조들은 다수의 힘으로 위세를 과시하며 기업을 압박해 임금을 올리면서도 자신들의 처지보다 훨씬 못한 하청 노조원들과의 상생에는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권 사람들의 현실은 또 어떤가. 몸은 자본주의에 젖어 있으면서도 진영 논리에 빠져 보수 여당이라고 하면 무조건 배척하고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한 총장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인 '87체제'는 탄핵 촛불과 문재인 정부를 끝으로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한 총장의 주장은 하나도 틀림이 없다고 본다.
진보진영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성과 성찰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도덕성마저 상실했고, 조국은 내로남불의 상징이며, 진보 이미지는 오염될 대로 오염돼 버렸다"는 쓴소리도 되새겨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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