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원가 부담 큰 삼성·LG…철강 공급망 안정화 위해 '이곳' 찾았다

장유미 2023. 4. 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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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포스코와 철강제품 3년 공급 계약…LG전자, 매년 공급 계약 체결
철강·레진·구리 등 원가율 상승에 실적 부담 가중…고정비 부담 줄이기 안간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가전 등 전자업계의 제조원가 부담이 여전히 큰 가운데 가전업계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스코와 손을 잡았다. 글로벌 경기침체발(發) 수요 부진으로 영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요 원자재 공급사와 협업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스토어 대치점에서 비스포크 냉장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생활가전·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지난달 포스코와 가전용 냉연·도금 및 전기강판 제품을 3년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일로 이전보다 공급 받는 물량은 약 2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손잡은 삼성·LG, 철강 공급망 안정화 노려

삼성전자는 포스코의 냉연·도금 제품, 전기강판 제품, 스테인리스 제품에 더해 포스코스틸리온을 통해 생산되는 컬러강판 제품을 공급 받을 예정이다. 또 포스코 특화 강종인 포스맥(PosMAC) 등 고기능·고강도·고내식 강판도 공급 받을 뿐 아니라 양사 간 친환경·고기능강 소재 개발을 위한 기술 교류 확대 및 신규 사업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포스코와 협력해 전보다 두께를 약 20% 줄여 경량화하면서도 강도는 약 50% 강해진 냉장고 도어용 고강도 스테인리스 제품을 새로 개발, 연내 적용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매년 포스코와 가전용 냉연·도금 및 전기강판 제품을 공급 받기 위해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포스코와 철강 분야에서의 탄탄한 협력을 바탕으로 양사가 보유한 역량과 노하우를 활용해 미래성장 산업, 탄소중립 등 폭 넓은 영역에서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 장기화 속 원자재 價 '고공행진'…삼성·LG, 고정비 부담 커

삼성전자, LG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공급망 안정화를 노림과 동시에 시장 불황 속 원자재 가격과 부품값 인상 등으로 원가 부담이 여전히 커 이를 줄이기 위해서다.

포스코스틸리온이 포항공장에서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포스코스틸리온]

특히 철강, 레진, 구리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steel) 평균 가격은 2021년과 비교해 22.8% 상승했으며 레진(Resin) 평균 가격은 21.7% 올랐다. 구리(copper) 평균 가격은 42.6% 뛰었다.

이 중 각종 전자기기 부품의 핵심 원료인 구리 가격은 올해 말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업체들의 시름이 깊다. 현재 구리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톤당 8천500~9천500달러로, 지난해 7월 15일 톤당 7천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급등했다.

이 탓에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원가율도 증가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62.8%로, 전년 동기(59.5%) 대비 3.3%p 늘었다. 이는 최근 3년간 수치 중 최고치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원가율 상승은 그만큼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은 302조2천313억6천만원, 매출원가는 19조417억7천만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역시 매출원가 부담이 매년 점차 커지고 있다. LG전자의 매출원가율은 2020년 73.2%에서 2021년 74.4%, 지난해 75.8%로 계속 올랐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갈수록 쌓이는 재고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은 제품 판매가격이 변동되면 이를 재고자산 가치 산정에 반영한다. 그러나 최근 수요 위축으로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재고가 늘어나자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생겼고, 이것이 매출원가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력비용 증가, 고환율로 인한 해외 원자재 구입비용 증가도 원가를 더욱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재고 조정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 둔화·원자재 가격 급등을 극복하지 못하며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이 같은 기조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글로벌 전역에 불어닥친 수요 침체로 주요 기업들이 궁여지책으로 생산을 줄이고 있지만 힘겨워 하는 듯 하다"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이 덩달아 증가한 상태여서 앞으로 가격 및 공급 안정화 차원에서 원자재 업체들과 협업에 나서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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