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톱10' 제약사 R&D 총액, 로슈의 13%

이지현 2023. 4. 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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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1589억원.

지난해 국내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한 상위 10개 제약·바이오기업의 R&D 지출 비용을 모두 더한 것이다.

종근당(1814억원) 유한양행(1800억원) 한미약품(1779억원) 일동제약(1251억원) SK바이오팜(123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130억원) 동아에스티(1096억원) 등도 지난해 1000억원 넘게 R&D 비용을 쓴 기업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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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대해부
(3) 빈약한 신약 R&D 투자
상위 10곳 합쳐야 2.1조원
셀트리온, 작년 R&D투자액
매출의 18%인 4124억원
LG화학 2760억, 삼바 2682억
글로벌 업체는 조단위 투자
로슈·화이자 각각 17조원 달해
< 로슈 : 스위스 제약사 >

2조1589억원. 지난해 국내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한 상위 10개 제약·바이오기업의 R&D 지출 비용을 모두 더한 것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을 쓴 스위스 로슈는 신약 개발을 위해 17조원 넘게 지출했다. 단순 계산하면 국내 기업 상위 10곳이 1년 동안 쓴 R&D 비용을 글로벌 제약사 한 곳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쏟아부었다는 의미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에 맞서기 위해선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 10곳 R&D에 2조원 지출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셀트리온은 R&D 비용으로 4124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매출의 18.1%로 국내 기업 중엔 가장 큰 비용을 투입했다. LG화학 생명과학부문도 매출의 30%가 넘는 2760억원을 신약 개발 등에 쏟아부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682억원) GC녹십자(2136억원) 대웅제약(2013억원)도 지난해 매출의 8~17%를 R&D에 투자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2000억원 넘게 투입했다.

종근당(1814억원) 유한양행(1800억원) 한미약품(1779억원) 일동제약(1251억원) SK바이오팜(123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130억원) 동아에스티(1096억원) 등도 지난해 1000억원 넘게 R&D 비용을 쓴 기업으로 꼽혔다. 5년 전 국내에서 R&D에 1000억원 넘게 투입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다섯 곳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의 투자금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로슈 한 곳 투자비만 17조원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초라하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로슈는 처방 매출의 26.8%인 128억3000만달러(약 17조1400억원)를 R&D 비용으로 썼다. 국내 기업 10곳의 연간 R&D 비용보다 여덟 배 많은 금액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머크(MSD)가 각각 123억8000만달러, 118억4000만달러를 지출해 빅3에 올랐다. 미국 존슨앤드존슨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도 각각 112억5000만달러와 100억2000만달러를 R&D에 투입했다.

국내 상위 10개 기업의 R&D 투자금과 비슷한 비용을 쓴 기업은 20위권에 든 독일 머크(18억달러)였다. 국내 모든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간 R&D 비용을 더해도 글로벌 기업 10위권에 들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신약 1개 개발에만 2조원 필요

통상 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 10~15년간 2조~3조원 정도를 투입해야 한다. 2019년 기준 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R&D 비용은 19억8100만달러였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첨단 의약품이 늘면서 신약 개발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신약 개발은 결국 자본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국내 최대인 셀트리온의 1년 매출”이라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싸워 신약을 끝까지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많은 기업이 수천억원이 드는 임상 3상 단계에 기술수출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는 배경이다.

정부가 이런 후기 임상시험을 지원하기 위해 1조원 규모 K바이오·백신 메가펀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크다는 평가다. 신약 1개 개발 비용에도 못 미쳐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산발적으로 지원해 예산 ‘나눠먹기’를 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 높은 신약에 집중 투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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