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중장기 해외 로드맵 애매모호···1·3·5·10년 단위로 전략 짜야"
금융사 해외 전략 기존 사업모델 단순 확장 수준 머물러
글로벌 진출 서둘러야 하지만 현지서 통할 역량이 먼저
어떤 사업 키우고 어떻게 확장할지 촘촘한 설계도 필요
“국내에서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만큼의 정교함과 엄정함으로 핵심 시장에 대한 글로벌 사업들을 재점검하기를 권고합니다.”
“글로벌 ‘비전문가’들이 글로벌 사업을 수행·관리하고 있습니다. 본사의 전략 방향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가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제24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K금융의 글로벌라이제이션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이 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신 파트너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는 6가지 시행착오와 문제 사례를 꼽았다. 우선 중장기적인 로드맵 없이 기존 해외 사업에 대해 단기적으로 성과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달 또는 이번 분기, 그리고 올해 실적을 목표 대비 잘 달성하고 있는지에 치중돼 있다”며 “우리 사업이 이 나라에서 어떤 식으로 고도화되고 더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해외 투자와 진출이 주축이 되는 사업이나 계열사 없이 동시다발적이고 병렬적이어서 추진과 투자에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신 파트너는 우리 금융회사가 현지 업체보다 더 나은 점, ‘승리할 권리(right to win)’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채 일상적인 경영을 이어가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신 파트너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현지 업체들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가닉하게(서서히) 성장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 노력 측면에서 굉장히 어려움이 크다”며 “어려움을 우회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가 M&A”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신 파트너는 우수 인재 확보가 미흡하다는 점, 글로벌 사업을 지휘할 수 있는 헤드쿼터(본부)의 기능과 역할, 시스템의 고도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신 파트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언했다. 우선 단기적 운영을 지양하기 위해 1년, 3년, 5년, 10년 단위의 성장 전략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그는 “한 국가를 거점 시장으로 해서 어떤 식으로 사업을 키워내고 그다음 인접 국가들에 대해서 어느 범위까지 어떤 단계와 속도로 진입할 계획이고 어떤 식의 M&A 전략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정립돼야 비로소 실행력을 갖는 로드맵”이라며 “국내 금융사들이 동남아 전략이라고 하는데 실체를 갖기가 어려운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어떤 계열사 또는 사업이 주축이 돼 다른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숨어 있는 자산(hidden asset)이라고 일컫는 금융회사의 핵심 역량을 알아내고 이를 해외시장 공략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인 금융사 핵심 역량 15가지를 소개했다. 경영 역량으로 △재무적 역량 △M&A 및 조인트벤처(JV) 파트너십 구축 역량 △감독 당국 교섭력 △사업 전략 수립 역량 △인재 확보 육성 활용 역량을, 운영 역량으로 △구매 역량 △점포 오퍼레이션 역량 △상품 서비스 개발 역량 △마케팅 역량 △고객 경험 설계 및 제고 역량, 고유 자산으로 △유형 자산 △기업 문화와 업무 방식 경쟁력 △디지털 및 정보기술(IT) 역량 △브랜드 역량 △활용 가능한 고객 기반 등을 꼽았다. 그는 이 15가지 핵심 역량에 국내에서 오늘날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특유의 역량을 결합해 고유한 핵심 역량으로 정립하고 이를 해외시장 공략에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전에 M&A를 검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본사 헤드쿼터와 시스템을 재설계할 것을 제안했다.
신 파트너는 강의를 마치며 글로벌로 향해 나가는 것(고잉 글로벌·Going global)만큼이나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는 역량(비잉 글로벌·Being global)이 다 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고잉 글로벌’의 성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비잉 글로벌’에 있다”며 “국내 경쟁자들만 놓고 국내에서 제한된 경쟁에만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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