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파트너' 만난 K배터리, 美 생산량 600GWh 눈 앞에

국내 주요 배터리 3사가 새로운 북미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그동안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북미 파트너십을 추진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는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에 이어 GM과 현지 배터리 합작사(JV) 설립에 합의했다. 3사가 확보한 북미 연간 생산량만 600GWh에 이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SK온과 북미 배터리 JV 설립 안건을 가결했다. 신규 JV는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카운티에 설립된다. 투자금은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다. 출자비율은 50대 50이다. 가동은 2025년 하반기부터다. SK온도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다.

SK온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다.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섰으나 한동안 이렇다 할 신규 수주 소식이 없었던 SK온은 포드와의 터키 JV가 불발되고 흑자전환 시점이 늦어지면서 시장의 우려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번 현대차그룹과의 JV를 설립하며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뿐 아니라 수익·유동성 확대 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삼성SDI도 새 북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GM과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JV를 짓는다. 양사가 신설법인의 지분 50%를 보유한다. 신규 JV는 30GWh 이상 규모로 지어지며 2026년 양산에 나선다. 삼성SDI가 주력하는 각형·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삼성SDI는 북미 케파 확보가 늦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JV 설립으로 현지에 66GWh 이상의 용량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는 삼성SDI의 북미 투자도 차츰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북미 1위 배터리 기업을 노리는 LG에너지솔루션도 현대차그룹과 내달 신규 파트너십을 준비한다. 2024년 완공될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인근에 JV를 설립한다. 이곳 JV는 현대차그룹·SK온 JV보다 생산 용량이 크다고 알려진다. 현대차그룹·SK온의 JV는 35GWh 규모다. 전기차 30만대 분량이다.

3사가 현재까지 확정 발표한 북미 배터리 생산용량은 544.5GWh다. LG에너지솔루션 293GWh, 삼성SDI 66GWh, SK온 185.5GWh 등이다. 내달 발표되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의 JV를 포함하면 K배터리 3사가 확보한 북미 케파는 600GWh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배터리 패권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간다. 북미 시장점유율 1위 파나소닉의 현재 생산량은 연 50GWh 수준이다. 2028년까지 3~4배 확대한단 계획이지만, 이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의 2026년 생산량을 넘어서지 않는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기업 입장에서 완성차 회사와의 JV는 투자비 분담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주요 배터리 기업은 JV를 활용해 북미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