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덕에 역성장 겨우 면해···수출 부진에 하반기도 살얼음판

김현상 기자 2023. 4. 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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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0.3% 성장
대면활동 늘어 민간소비 0.5%↑
순수출 성장 기여도 -0.1%P
24년만에 4분기 연속 마이너스
IT 침체 지속·美 경기마저 꺾여
반등 지연 '상저하저'우려 커져
한은 성장률 전망치 또 낮출 듯
[서울경제]

무역적자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민간 소비 덕에 역성장은 겨우 면했지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면서 되레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 장기화 속에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마저 지연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정부의 ‘상저하고’ 기대와 달리 ‘상저하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 분기 대비 0.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4분기(-0.4%) 마이너스 성장했던 우리 경제는 한 분기 만에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1분기 성장률이 힘겹게나마 플러스로 반등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민간 소비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4분기(-0.6%) 뒷걸음질쳤던 민간 소비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 이후 여행과 공연 등 대면 활동이 늘면서 올 1분기에는 0.5% 성장으로 전환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2.9%) 버팀목 역할을 했던 정부 소비는 기저 효과 등으로 올 1분기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 확대로 0.2% 늘었지만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 장비 등을 중심으로 4.0% 급감했다. 수출은 자동차 등 운송장비 호조로 3.8%, 수입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3.5% 각각 증가했다.

민간 소비의 예상 밖 호조에도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무역수지였다. 1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부진 속에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65억 8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55%를 이미 넘어섰다.

반면 민간 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로 집계됐다. 민간 소비가 힘겹게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무역적자가 성장 폭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우려와 달리 1분기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을 기록한 것은 늘어난 내수 소비를 중심으로 한 민간 서비스가 성장에 기여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올 1분기 한국 경제가 반등하며 간신히 역성장은 면했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밝지 않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경기의 본격 회복 시점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에 따르면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 BSI는 72.2까지 떨어지며 2020년 10월(71.4) 이후 3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아 하반기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더욱이 미국마저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경기 반등 시점이 3분기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이 걷히지 않으면서 한은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 2월에도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춘 바 있다. 한은은 다음 달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최근 IMF가 제시한 1.5% 수준까지 한 차례 더 낮출 가능성이 높다. 신 국장은 “IT 경기 회복 시점의 불확실성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 지연 등으로 성장 전망치가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IT 부진 완화와 중국 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성장 반등 모멘텀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상 기자 kim0123@sedaily.com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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