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뮤직] 태양 이후의 노을, 그 진한 여운에 대하여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갈 때 노을이 진다. 노을 그 뒤에는 어둠이 내린다. 지난 6년 동안 가요계를 떠나 있던 태양 씨에게도 어둠과 같은 무수한 아픔이 있었다. 그 아픔을 견디며 사유했고, 그것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빅뱅 멤버로 데뷔 후 '눈, 코, 입' '링가링가' '웨딩 드레스' 등 발매하는 곡마다 대중성을 얻으며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굳힌 태양 씨가 다시금 솔로 앨범을 들고 컴백한다. 6년이라는 긴 공백기 끝에 새로운 EP 앨범 'Down to Earth(다운 투 어스)'를 선보이는 그는 앨범 발매 전날인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음감회를 개최하고, 미디어에 직접 전곡을 들려준 뒤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태양 씨의 새 EP 앨범 'Down to Earth'는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와 선공개곡 'VIBE(feat. 지민 of BTS)를 포함 총 6곡이 수록된 태양 씨의 야심작이다. 예전과는 달리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 작업을 시도했고, 사운드를 세련되게 꾸미기보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발라드, 힙합, 소울 등 다양한 장르로 앨범을 채운 노래들엔 태양 씨만의 색깔이 녹진하게 묻어났다.
태양 씨는 이번 신보에 대해 "제 지난 6년 동안 있었던 많은 감정들, 생각들을 담아낸 앨범"이라고 소개하며 "지난 시간 동안 여러 어려움, 힘든 일들이 많았다. 그때 태양이 뜨고 지는 노을을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런 마음, 지난 시간들이 녹아져 있는 앨범이다. 노을이 질 때 뿜어내는 다양한 색상들이 이번 앨범에 담겼다"라고 설명했다.
'VIBE'는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을 장식했다. 두 번째 트랙은 또 다른 글로벌 아이돌 후배 블랙핑크의 리사 씨가 참여한 '슝'이다. 태양 씨는 "군에서 전역 이후 계속 음악 작업을 했지만,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음악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들과 장난을 치듯 만든 곡이 '슝'이었다. '내가 음악을 이렇게 즐겁게 했었는데' 생각하며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해줬다. 다른 곡들을 만들 수 있는 물꼬를 트게 해준 곡이기도 하다. 리사도 흔쾌히 작업에 참여해줬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트랙은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다. K팝이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이 시점에 K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우리나라 음악의 골든 에라(Golden Era·황금기)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태양 씨는 "80~90년대에 나온 한국 음악이 가장 팝스러우면서도 한국적인 감성이 잘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한글로 채워져 있기도 했다"라며 "그런 감성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해석하면 의미가 있겠다 싶어 작업해봤고, '나의 마음에'가 그렇게 나온 곡이다. 이 곡은 제 그동안의 생각들과 감정들, 앞으로 제가 마주하고 싶은 모습들에 대한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가사로 녹여냈다. 서정적이고 담백한 멜로디로 만들어진 노래다"라고 전했다.
네 번째 트랙 '나는'도 70년대 소울 장르를 재해석했다. 태양 씨는 "사랑에 대한 생각과 질문들, 사랑이 제게 준 깨달음 등을 담았다. 제 일상에서의 생각들과 감성이 잘 녹아져 있다. 개인적으로 사랑 노래 중 가장 아름다운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곡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군대에서 만난 래퍼 빈지노 씨와의 협업곡 'Inspiration'과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 브라이언 체이스 씨가 피처링에 나선 'Nightfall'도 이번 앨범에 수록됐다. 태양 씨는 모든 수록곡들을 차례대로 공개한 후 "저도 같이 들으며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제 음악을 듣는 게 처음이고, 많이 떨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노을은 태양이 만들어 내는 현장이다. 노을이 언제나 마주하는 건 매일 반복되는 밤이다. 어둠처럼 어려움이 닥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노을에 제 모습을 투영하게 됐다"라며 "그러나 노을은 늘 불평불만 없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밤을 맞이하는구나 싶었다. 이 상황이 어렵고 힘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무엇일까, 아름다운 방법으로 이걸 이겨낼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고, 이게 나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중은 몰랐던 태양 씨의 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태양 씨는 "계속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다"라며 "디테일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당시 제가 군에 있기도 했고, 세상과 소통하기 힘든 상황에서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답답했다. 전역 이후에도 코로나가 닥쳐 참 쉽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본의 아니게 활동을 할 수 없었고,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들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 멈춰진 시간들이 힘들었다"고 거듭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온 공백기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꼈다는 태양 씨는 "저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게 뭔지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음악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바라보게 됐다. 그렇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오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더블랙레이블로 둥지를 옮겼다. 태양 씨는 평소 더블랙레이블과의 친분으로 자연스럽게 소속사를 옮기게 되었고, 음악 스타일도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예전에는 음악 트렌드를 더 많이 생각하고 사운드에 포커스를 맞추는 쪽이었다. 마감 기한이 있다 보니 더 거칠게 작업하기도 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이 곡이 담아내는 제 생각들, 메시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 생각들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표현하다 보니 지금의 음악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6년이면 세상이 바뀌고도 남는 시간이다. 그 세월 속에서 음악 시장도 많이 바뀌었다. 태양 씨는 "제가 한창 활동했던 그때랑은 활동 플랫폼이나 방향성 등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 같다"라며 "다행히 감사한 점이 있다면, 군대에서 저 보다 열살 이상은 어린 친구들과 지내면서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그들이 접하는 문화 자체가 굉장히 달랐다. 그렇게 조금씩 준비했던 것 같다. 활동을 하면 이런 식으로 해야겠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지금은 (바뀐 시장에) 완벽히 적응했다"라고 전했다.
6년의 세월 동안 태양 씨에게 일어난 가장 커다란 사건은 바로 딸의 탄생이 아닐까. 태양 씨는 딸이 태어나면서 음악적 변화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까지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태양 씨는 "6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라며 "그동안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포부를 말씀드릴 때마다 진정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음악적인 진정성을 넘어, 제 삶 속에 그 진정성이 내포돼야만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좋은 가장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밝혔다.
빅뱅의 향후 활동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희망을 내비치기는 했다. 태양 씨는 "(빅뱅 활동은) 저도 가장 바라는 꿈이다. 당장은 어떻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도 다른 멤버들도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다 보면 좋은 기회와 시간에 팬 여러분들을 만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생각을 드러냈다.
한편, 태양 씨의 새 EP 앨범 'Down to Earth'는 25일 오후 여섯 시에 발매된다.
[사진=더블랙레이블]
YTN star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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