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車 고쳐가며 1178km 이동…외교·군사력 총동원
교전속 항공이동 불가 판단
UAE측 육로이동 제안 수용
軍, 수송기·청해부대 급파
尹대통령 전용기서 작전 지휘
28명 서울공항으로 무사귀환
내전이 격화되고 있는 수단에서 무사 탈출한 한국 교민 28명이 25일 오후 공군 다목적수송기 KC-330 편으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천신만고 끝에 전쟁터를 벗어난 교민들은 주수단 한국대사관을 출발한 지 사흘 만에 반가운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2차관,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등은 공항으로 나가 교민들을 맞았다. 공항으로 교민들을 마중 나온 가족들은 케이크와 꽃다발, 피로회복음료 등을 들고나와 무탈하게 돌아온 식구들과 얼싸안았다.
이번 '프라미스(promise) 작전'은 교민 집결과 대피 루트 선택, 이동 과정 등 하나하나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먼저 9곳에 떨어져 있던 교민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수단 한국대사관으로 집결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대사관 직원들은 교민을 챙기면서 비축해둔 컵라면으로 버텼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수도인 하르툼의 국제공항을 통해 교민들을 가급적 신속하게 이송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지 교전 상황과 이동 가능 여부, 이미 발생한 공항 내 항공기 피해 등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항공 이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던 가운데 '해볼 만한' 대안을 제안한 것은 아랍에미리트(UAE)였다. 결국 정부는 여러 판단 끝에 UAE가 제안한 육로 이동 제안을 수용했다. 이로써 국민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이송할 수 있는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항이 대사관에서 1.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현장 곳곳이 교전 중이라 정보 파악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UAE 정부가 육로 이동을 제안해 안전하게 옮겨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 교민들이 대사관으로 모일 때 현지에 있던 UAE 정부 관계자들이 차량을 에스코트해준 덕분에 시내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사관을 출발한 교민들은 1178㎞에 이르는 육로 이동 중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수도 하르툼과 해안도시인 포트수단은 840㎞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송 행렬은 돌발 상황 등을 고려해 300㎞ 이상 돌아가는 경로를 택했다. 이송 행렬은 이동 중 일어난 차량 고장을 고쳐가며 결국 위험 지역을 빠져나왔고, 포트수단에서 대기 중이던 C-130J 수송기에 올라 수단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번 '프라미스 작전' 임무 완수의 밑바탕에는 외교력과 군사력, 정보력을 총동원한 정부의 노력도 있었다. 현지 외교공관과 국방부 정보본부, 국가정보원 등은 최적의 대피 경로와 시기를 택하기 위해 현지 네트워크와 한미 간 협조체계를 가동했다. 이번 작전에 필요한 한국 공군기의 16개국 영공 통과 협조도 하루 안에 끝났을 정도로 정부와 군 당국 차원의 외교가 매끄럽게 이뤄졌다.
군 당국은 이번 작전에 공군의 C-130J와 KC-330 등 수송 자산을 투입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등 최정예 요원들도 동원됐다. 오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해군 청해부대도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수단 인근 해역으로 즉시 이동해 '플랜B'를 대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육해공군 합동전력을 모두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뒀다.
윤 대통령은 24일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공군 1호기 내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한편, 용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기내 영상회의를 이어가며 탈출 직전까지 상황을 진두지휘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밝혔다.
[김성훈 기자 / 한예경 기자 / 워싱턴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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