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확장억제 별도성명"…'한국형 핵우산' 명문화 예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핵심 대응전략인 '확장억제'는 한미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다.
24일(현지시간)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별도 문서를 내겠다고 예고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 수위가 전례 없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양국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고, 북한에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내려는 의도다. 관건은 문건에 담길 내용의 '강도'와 '선명성'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미국 워싱턴DC 소재 호텔에서 브리핑을 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별도 문건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보다 진전된 확장억제 방안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국민이 북한 핵, 미사일 고도화로 갖고 있는 불안과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는 두 정상 간의 보다 실효적이고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 논의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브리핑에서 "(한미) 두 정상은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의 맥락에서 확장억제 문제를 다루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며 "한국과 한국 국민에게 약속한 확장억제에 관한 이번 성명으로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명확하고 입증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건 내용이 기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내놨던 대(對)한국 방위공약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언급인 셈이다. 일단 이번 별도 문건에는 미국이 한국에 더 믿을 수 있는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문구가 담길 것이 확실하다. 또 북한이 한·미·일에 대한 선제 핵 사용 가능성 자체를 고려해선 안 된다는 엄중 경고도 어떤 식으로든 포함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하면 반드시 핵으로 보복한다'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특정 국가에 대해 '반드시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내용을 직설적으로 문건에 명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동맹국에 이 같은 약속을 한 것은 동서 진영 간 냉전, 미국과 옛 소련 간 핵 경쟁이 격화됐던 1950년대 이후로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한미 국방장관이 양국 간 연례안보회의(SCM)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만약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동맹의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으로 김정은 정권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던 문구가 문건에 준용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직접적인 단어를 쓰지 않고도 분명히 '핵보복'으로 해석되는 표현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건에는 한미가 이제껏 논의해온 미 핵전력에 대한 공동 기획·실행 방안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한반도와 관련한 미국의 핵전력 운용 시 한국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과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확장억제 관련 고위급 논의 채널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나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더욱 내실화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핵 타격이 가능한 전략자산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해 '상시배치'에 준하는 실질적 효과를 내겠다는 문구가 포함될 수도 있다. 북한에는 탐지·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미국의 핵잠수함이 운용하는 핵미사일이 가장 큰 위협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현재 한미 간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설리번 보좌관도 "우리(미국)는 한국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비확산 의무를 잘 이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며 선을 그었다.
한미는 엄중한 대북경고의 말미에는 '외교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가능성을 재차 강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는 신호도 함께 보낼 공산이 크다.
한편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중국에 반도체를 제공하지 말아 달라는 백악관의 요청 여부에 대해 "한미 양국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안보, 첨단기술 보호에 있어서도 논의하며, 여기에는 반도체와 관련한 투자를 조율하는 것도 포함되고 경제적 압박에 대해 중요한 기술을 지켜나가는 것도 포함된다"며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공고한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뿐만 아니라 사이버 협력, 기후변화 완화, 해외 원조, 투자, 인적 유대 강화에 대한 결과물이 발표된다고 밝혔다.
[워싱턴 박인혜 기자 /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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