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신 인터뷰' 놓고 격돌…野 "日 총리냐" 與 "미래로 가자는 것"

문창석 기자 2023. 4. 25.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 尹 역사인식 총공세…"무책임하고 몰역사적"
국힘 "발언 취지는 미래지향적…외신, 주어 생략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앞두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4.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을 놓고 25일 여야가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에 대해 맹공했고 국민의힘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옹호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일본 총리 말인 줄 착각하고도 남을 만큼 매우 무책임하고 몰역사적인 인식을 드러냈다"며 "100년 전 우리 민족에게 행한 과오에 대한 진정한 반성도 뉘우침도 없는 일본을 향해 절대 무릎 꿇지 말라고 애걸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위성곤 정책수석부대표도 "국익을 수호하고 대한민국의 자존을 지켜야 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일본으로부터 침략당해 수십 년간 고통받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및 대일 굴욕외교대책위원회, 강제동원 국회의원 모임 등 소속 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굴욕적인 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 비판에 대해 우리 대통령이 일본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논리로 일본을 대변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도 절대 한국에 무릎 꿇지 말라'며 일본을 두둔하는 메시지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독립유공자 후손 국회의원들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몰지각한 역사관이 문제인지, 민족관의 부재인지, 아니면 친일 본색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 이상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욕되게 하지 말고 국민과 순국선열 앞에 엎드려 사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외신 인터뷰 비판'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4.2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국민의힘 측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자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TV '뉴스1번지'에 출연해 윤 대통령 발언 논란에 대해 "(일본의) 잘못은 잘못대로 지적하고 비판하되 거기에 얽매여 앞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자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옹호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한글 인터뷰 원문을 보면 (논란의 발언) 앞의 내용은 '유럽도 수많은 전쟁을 치렀지만 소통을 통해서 발전했다'(고 돼 있다)"며 "그 다음으로 '한일관계에서도 식민지배를 받았던 과거 역사에 매몰돼서 무조건 사과해야 된다, 무조건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된다면 한일관계의 개선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러한 과거지향적인 이유를 갖고 (반대)하는 것에 대해 '나는 받아들일 수 없고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단한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라며 "한일관계가 나아가지 못하니 내가 그걸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결단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이 한반도를 침탈한 역사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미래를 위한 양국 협력은 외면한 채 과거에만 매달려 지금의 일본 사람들에게 굴욕적인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임을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측은 발언의 주어를 생략한 워싱턴포스트의 오역으로 인해 이번 논란이 불거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터뷰를 보니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문장이 있는데, '일본'이라는 주어가 해석에서 빠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부분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약간 오역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관련 워싱턴포스트 기자 트위터 갈무리

다만 인터뷰를 진행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 번역 오류와 관련해 녹음본과 교차 확인을 했다며 논란이 된 부분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올렸다. 오역은 없었다는 취지의 반박이다.

해당 기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발언의 주어가 윤 대통령임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오역 논란을 두고 윤 대통령 옹호에 나선 것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워싱턴포스트가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준 셈"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여당에서도 부끄러웠던 모양"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도 망신인데 여당이 어떻게 모면해 보려고 거짓말을 해서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더 망신스럽게 했다"고 지적했다.

them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