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애플통장' 발급 중단…갈길 먼 혁신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4. 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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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
50만 계좌 한정돼 조기 소진
출시 5개월만에 가입 막혀
재개하려면 추가 검토 필요
제한없는 美 애플통장과 대조

생색내기식 규제 완화에 한국판 애플 통장 신규 가입이 중단되며 사업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할 상황에 처했다. 25일 네이버파이낸셜과 하나은행에 따르면 양 사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준비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 50만계좌가 모두 개설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을 만들 계획이었다는 한 소비자는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20일)이 풀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가입 중단이라고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하나은행과 제휴해 출시한 상품이다. 그간 이자를 받을 수 없었던 선불충전금에 최대 연 4% 이자를 주고, 결제액의 최대 3%를 적립해주는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다. 출시 4개월 만에 40만계좌를 돌파했고,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체크카드'도 출시 3개월 만에 30만개가 발급되면서 하나카드 신상품 중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애플 카드 저축 계좌'가 이달 미국에서 출시된 뒤에는 '한국판 애플 통장'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계좌 개설 수를 50만개로 제한한 규제 탓에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을 미리 발급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당분간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손해다. 50만계좌 가지고는 사업성이 있는지, 지속 가능한지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하나은행은 신설 계좌 수를 늘려달라고 요건을 갖춰 요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한도가 다시 풀리기까지는 절차상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며 이 사업을 허가해줬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상품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것을 허가해주는 대신, 계좌 개설 수를 50만개로 제한했다. 네이버페이 월평균 이용자 수의 3%가 근거였다. 당국은 계좌 수를 늘리려면 운영성과와 안정성을 실무부서에 보고하고 협의해 혁신금융서비스 변경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도 했다. 제휴혜택도 제한했다. 서비스 미가입자와 혜택에 과도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네이버페이 머니로 결제 시 포인트 추가 적립률도 현행에서 0.5%포인트 이내로 막아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는 지정받기도 힘들지만, 받고 나서도 제약 조건이 많다"며 "'시범운영'이라는 시한부 조건까지 있으니 혁신금융서비스만 믿고 섣불리 사업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해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재지정을 받지 못하면 다음해 11월 이후엔 없어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수개월은 네이버페이 월평균 이용자 수의 3%에 불과한 계좌 수를 가지고 사업성을 입증해야 한다. 당국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허용되지 않는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 서비스를 정부가 특례를 적용해 임시로 허용·시험해보는 중이다. 문제가 없다면 향후 제도 개편까지 가능한 상황"이라며 "기존 은행들처럼 소비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염려도 있어 제한적 실험이 이뤄지는 중"이라 설명했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예금 판매를 대행하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업이다. 서비스가 공식화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 정식 업종을 신설해야 하지만, 특례로 시행 중인 탓에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같은 안전장치를 적용할 수가 없는 상태다. 만약 네이버파이낸셜의 잘못으로 고객 예금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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