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죽기 직전 외친 감탄사
몇 년간 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2011년 10월 세상을 떠난 애플컴퓨터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임종하기 직전의 모습이 그의 전기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는 아이들과 아내 로린을 차례로 오랫동안 바라본 다음 그들의 어깨너머 아무도 없는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고 "오 와우(Oh Wow), 오 와우, 오 와우!" 하는 감탄사를 남기고 눈을 감았다. 그는 죽기 전에 무엇을 보았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그의 영혼을 만나 그때 뭘 보았는지 물어볼 수 없는 우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알려진 '삶의 종말체험'이라는 현상을 통해서 그가 임종 직전 본 것을 추정해 볼 수는 있다.
삶의 종말체험은 근사체험보다 더 자주 체험되는 영적 현상이다. 임종을 앞두었을 때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지 또는 친구가 임종의 자리에 찾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임종하는 사람과 가족들 모두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마지막 선물'이라고도 부른다. 한편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군인이 사망한 그 시각 미국 고향집에 모습을 나타낸 사례 등,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거리상 멀리 떨어진 가족이나 지인 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도 보고된다.
세상을 떠나는 환자가 임종 때 보는 환영(Vision)에 대해 회의론자들은 복용 중인 약물의 영향을 받아 환자가 헛것을 보는 것으로 폄하하곤 한다. 그러나 이 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에 의하면 임종 때의 환영은 전혀 혼돈스럽지 않으며, 대부분 의식이 활짝 깨어 있을 때 발생하고, 때로는 장기간 무의식 상태로 있던 환자가 죽기 전에 짧지만 맑은 의식을 회복할 때 보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이때 임종자를 방문하는 죽은 지인의 영혼이 생전에 눈을 잃었거나 팔다리가 잘린 부상을 입었다면 그러한 신체적 손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모습으로, 그리고 삶의 절정기 때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특이하다.
오랫동안 호스피스 간호사로 활동한 최화숙 선생이 자신의 경험들을 기록한 책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안내서'에도 비슷한 체험이 소개되어 있다. 대부분 임종과정이 시작되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임종 환자들에게는 보이는 어떤 존재의 마중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임종기 환자들은 현실과 죽음 이후의 세상을 함께 볼 수 있는지, 간호사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 갑자기 허공을 응시하면서 누군가와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이 세계로 돌아와 이야기를 계속했는데, 그럴 때는 방금 전 이야기가 끊어진 그 부분부터 정확하게 다시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삶의 종말체험은 근사체험과 더불어 인종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죽음의 자리에서 관찰되는 영적인 현상으로서,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20세기 고생물학자인 샤르댕 신부는 '우리는 영적체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된 체험을 하는 영적인 존재이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축적된 수많은 연구 결과와 증거들은, 인간은 그저 일회성 삶을 살다 가는 육체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 보다 더 높고 큰 차원에 걸쳐 있는 영적인 존재임을 알게 해준다.
[정현채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돈 안갚으면 성관계 영상 유포한다”…사채업자 빚 독촉 대처법은 - 매일경제
- 100억에 팔렸다던 반포 재건축아파트, 3개월만에 거래취소, 집값 띄우기? - 매일경제
- “이틀연속 하한가라니”…SG증권發 매도폭탄에 개미들 패닉 - 매일경제
- 윤대통령 ‘日 무릎 발언’ 오역 주장에…원문 공개한 WP 기자 - 매일경제
- “대기업에 취업하지 말라”...1조 굴리는 연봉킹이 본 ‘부자되는 법’ [신기자톡톡] - 매일경제
- 애플 홀로서기 나서지만...“한국산 이 부품은 차마 못뺄걸?” - 매일경제
- “미국이 찍으니 무섭네”…중국기업 결국 사업 접는다는데 - 매일경제
- [단독] “너는 얼굴은 연예인급인데 눈치가 없다”... 막말 행진 펼친 대학강사 - 매일경제
- “주차장에 세워둔 내차 사라져”…이웃 주민이 몰래 팔았다 - 매일경제
- 이강인, 프로 첫 멀티골 폭발+2연속 MOM 대활약...3-1 역전승 견인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