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이후 첫 복합위기 …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양세호(yang.seiho@mk.co.kr) 2023. 4. 25.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사공일 세계경제硏 명예이사장의 조언
인터뷰=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안미경중'은 잘못된 전략
미국 IRA·반도체 동맹 강요
자유경제질서 흔들리고 있어
美에도 쓴소리 할 수 있어야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이 24일 집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현재 세계 경제상황을 '2차 대전 후 처음 닥친 복합위기'라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재무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50년 이상 경제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눈빛에도 불안감이 감돌았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원칙과 가치에 기반을 둔 논리외교'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가치에 어긋난다면 미국에도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가치를 강조하는 데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할 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에 '한미동맹'을 확고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1시간40분의 인터뷰 시간이 짧게 느껴졌을 만큼 과거의 경험을 끌어와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그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경제 상황이 심상찮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80여 년간 세계 경제가 이런 복합위기를 맞은 것은 처음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세계사적 큰 흐름 속에서 미·중 패권경쟁과 이에 따른 무역·기술 보호주의 등으로 자유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장기화한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가세됐다. 게다가 미국을 위시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가속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면서 이에 따른 달러강세로 일부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자본주의 시스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득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고 사회 전체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로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외에는 없다.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보다는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우월한 체제라서 시스템 위기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역주의 현상도 강해지는데.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2050년까지 경제와 군사적인 면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고 있다. 과거 500년간 세계역사를 돌이켜보면 패권 경쟁을 한 경우가 16번 있었는데 4번의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전쟁으로 마무리됐다. 영국과 미국 간의 패권 교체, 냉전시대 소련의 붕괴 등이 전쟁을 치르지 않고 패권경쟁이 종식된 경우다.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가.

▷가능성은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일어날 확률은 낮다고 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적으로 상호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전쟁으로 서로가 잃어버릴 것이 너무 많다. 두 번째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양 측면에서 미·중 간 차이가 아직 너무 크기 때문에 전쟁은 발생하기 어렵다. 대신 경쟁하는 기간은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미·중 간의 길고 오랜 패권경쟁이 예상된다.

―미국 주도 경제 질서가 깨지고 있다.

▷그렇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온 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미·중 패권경쟁에 따라 미국 스스로 흔들고 있다. 자국 산업과 기술보호를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이 그 좋은 예이다. 미국이 옹호해왔던 자유무역체제를 미국이 흔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세계경제무질서'를 뜻한다.

―달러패권도 위기를 맞고 있는가.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위안화가 국제무역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들어 상당히 늘어나면서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비중은 아직도 전체의 5퍼센트 미만 수준이다. 그것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거래를 위안화로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특히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한계가 있다.

―한국경제의 수출이 위협받고 있다.

▷걱정스러운 문제다. 최근의 수출부진과 국제수지 악화는 대외적 요인의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지정학적인 요인에 따른 공급망 조정,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 상승, 중국경제 성장 둔화와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이 그 요인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잠재력이 약해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세계경제 여건이 개선돼도 수출이나 무역수지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올리고 펀더멘털을 튼튼히 해야 한다. 최우선 경제목표는 경제성장 잠재력의 향상이다.

―'안미경중'에 대한 견해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을 외교 전략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순 있지만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외교 원칙은 '원칙과 가치에 기초한 논리외교'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국가자본주의가 아닌 시장자본주의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과 가치를 공유한다. 이 원칙이 위반될 때는 미국에도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당신들이 만든 자유무역질서를 흔들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중국의 수출 비중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맞는다. 중국은 경제적 레버리지를 가지고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일본, 동남아, 인도 비중이 늘어나면 중국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또 우리가 혼자서 안 되면 뜻을 같이하는 미들파워를 가진 나라들과 연대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얻어야 할 것은.

▷한미동맹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핵을 가진 북한과 우리는 아직도 정전하에 있다. 따라서 유일한 혈맹인 미국과의 동맹 관계 강화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발전에 필수 불가결하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 방미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한미 동맹 강화·확장을 재확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같은 차원에서 한·미·일 동맹 강화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IRA 등이 동맹에 문제를 일으키는 정책이라는 점을 얘기해야 한다. 대통령이 미국에 '한국은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고 그 가치에 입각해 성공한 나라니까 우리가 잘되는 것을 도와야 하고 (한국에) 불리하게 해선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사공일 명예이사장

△1940년 경북 군위 출생 △서울대 상과대학 학사 △미국 UCLA 경제학 석·박사 △KDI 부원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32대, 33대 재무부 장관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겸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 △대통령직속 G20서울정상회의준비위원회 위원장 △제27대 한국무역협회 회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2019년 1월~)

[양세호 기자 정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