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물량 할인 없애라”…알뜰유 공급 입찰 앞둔 정유업계 ‘시름’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이 주최하고 시장경제학회가 주관한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김대영 기자]

알뜰주유소 공급사(정유사) 입찰을 앞두고 현행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물량을 제한하거나 초과 공급 물량 구간별로 설정된 리터당 할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 초과 물량 공급으로 업계 피해”

김형건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25일 “현재 알뜰주유소에 대한 초과 물량 공급으로 정유사와 기존 주유소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공급 물량을 일정 범위 내로 제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통해 “알뜰주유소 공급계약에 대한 공정성 확보가 필요한데 현재의 공급계약은 알뜰주유소에 과도하게 유리한 구조”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알뜰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석유제품은 대량으로 공동 구매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일반주유소보다 저렴하다.

문제는 알뜰주유소 사업자인 농협·한국석유공사 등이 계약을 통해 정한 물량을 크게 웃도는 양의 석유제품을 사들이면서 리터당 추가 할인 혜택을 최대 폭으로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KEI컨설팅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남부권 계약 기준 물량은 250만㎘(킬로리터)인 반면, 실제 구매 물량은 525만6000㎘에 달했다.

정유사는 알뜰주유소 사업자가 계약 물량보다 더 많은 양의 석유제품을 구매할 경우 리터당 1~11원 할인된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 10만5000㎘ 이상을 추가 구매하면 계약 기준 금액보다 리터당 11원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정유사는 계약 기준 물량을 초과하더라도 유류 공급 의무를 부담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차액 보상 등의 페널티가 따른다.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이 주최하고 시장경제학회가 주관한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김대영 기자]

추가 공급 물량 한도 설정·할인율 폐지 등 주문

계약 물량을 웃도는 석유제품을 별다른 제한없이 공급해야 하는 만큼 정유사 입장에서는 수급 관리 비용을 모두 떠안게 된다. 일반주유소들이 물량을 공급받는 데 차질을 빚어질 수도 있다. 알뜰주유소 물량을 우선 공급해야 하는 탓이다.

김 교수는 “가장 단기적으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계약관계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공급 물량을 일정 범위 내로 제한하거나 아니면 물량별 추가 인센티브 지급하는 것을 개선·폐지하는 것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이라고 말했다.

KEI컨설팅도 계약 물량만큼만 공급하도록 하고 추가 구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가 물량 구매를 완전히 막지 못할 경우 합리적인 수준의 허용 한도를 설정할 것을 주문했다. 또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격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주유소협회도 계약 물량을 넘어서는 초과 공급분에 대한 할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뜰주유소는 계약 기준가만으로도 리터당 30~40원 가까이 가격경쟁력 갖춘 상황인데 여기서 추가 할인이 적용되면 일반주유소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자영 알뜰주유소와 비교하면 일반주유소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떨어진다. 석유공사는 자영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지 않아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2021년 기준 모든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 반경 4km 이내에 자리를 잡고 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 일반주유소 인근 2km 이내에 알뜰주유소 비중은 31%”라며 “일반주유소 10곳 중 3곳은 2km 이내에서 알뜰주유소와 경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급사 입찰 앞둔 정유업계 “추가 할인 부담”

현재 NH알뜰주유소는 농협, 자영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로부터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EX알뜰주유소는 한국도로공사뿐만 아니라 석유공사의 물량도 공급받는다.

농협과 석유공사는 공급사 입찰을 함께 진행해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와 석유공사는 오는 6월 공급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현재 중부권(수도권·충청·강원)에는 SK에너지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남부권(영남·호남) 공급사는 에쓰오일이다. 이들 회사는 2019년 공급사로 선정된 이후 2021년 지정 기간이 2년 더 연장되면서 오는 8월까지 공급을 맡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입장에서 약정(계약) 물량 이상으로 공급하게 될 때 추가 할인을 적용하게 되면 당연히 부담이 된다”며 “입찰 참여주체(정유사)나 판매주체(주유소)가 애로를 겪는 만큼 과하게 설정된 부분은 개선해야 알뜰주유소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이 주최하고 시장경제학회가 주관했다.

한 의원은 개회사에서 “한쪽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석유제품을 저렴하게 공급받으면서 알뜰과 비알뜰 간 불공정 이슈가 늘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알뜰주유소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법안이 필요하면 만들고 정책이 필요하면 정부와 같이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