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장병에 '양해' 구했다며 군번 오류 정정 못한다는 軍
장병 차별·조롱 등 피해불구
"사람들 힘들게 고치고 싶나"
사실상 정정 포기하도록 강요
지난해 입대한 '22년 군번' 4900여명에게 실수로 '23년 군번'을 부여한 육군이 재차 정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육군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받은 4916명에게 군번을 잘못 부여한 사실을 지난 3월 초 인지했으나, 현재까지 군번 정정 조치에는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25일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국방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군번을 정정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대상 인원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며 '군번 정정'을 하지 않겠다는 군의 결정을 발표했다.
서 과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군번 정정도 고려하였으나 지금 당장 군번을 정정할 경우에는 각종 명령 수정과 연대 행정업무 시스템 수정 등 행정적 소요뿐만 아니라 은행 등 민간기관과의 협조, 군 내 행정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혼란 등 예기치 못한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현재 대상 기수 장병들로부터 '군번 정정'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군번 오류를 인지하고 대상자들에게 군번 정정에 대한 의사를 듣고 있다"며 "현재 90%가량 취합이 끝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해를 구했다"는 육군의 발표에 대해 피해 장병들은 사실상 강요를 당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육군은 '군번 정정'에 대한 의사를 묻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피해 장병들은 정정을 요구할 수 없는 압박 속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군번 오류' 피해를 본 장병 A씨는 "사람들을 다 힘들게 만들면 고쳐줄 수 있는데 유지해도 문제가 없지 않냐는 식으로 정정 의사를 물었다"며 "상식적으로 오류가 나서 23군번을 받았는데 22군번으로 안 바꾸고 싶은 군인이 어디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군인권센터도 구성원들의 권익 보호에 무심한 군의 태도를 꼬집고 나섰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행정 절차상 불가능한 일이 아님에도 편의를 앞세워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군이 지닌 고질적인 문제"라며 "막대한 조직과 예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직 구성원들 권익을 보장하는 일에 소극적이고, 외부의 문제 지적이 있으면 마지못해 면피성 대책을 세우는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군번 오류' 사고가 알려지자 군의 무책임한 대응을 지적하는 누리꾼들의 반응도 잇달았다. 한 누리꾼은 "누가 봐도 양해가 아니라 군의 통보"라며 "실수는 군이 저지르고 그 피해는 피해자들이 감수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군대로 부를 때는 국가의 아들이라고 하다가 막상 오면 남의 아들이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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