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 전망…돌파구는? [비즈360]
“연간 10조 손실” 전망도…2분기 이후 반전 가능할까
HBM,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주목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분기 적자 3조6645억원(?).”
오는 26일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치 평균은 약 4조원에 가까운 적자 전망. 지난해 1분기에 2조859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6조5000억원 가량의 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하이닉스가 SK그룹에 2012년 2월 편입됐는데, 당시인 2012년 1분기 2635억원 적자, 같은해 3분기 24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10년간 흑자 행진을 달려오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래, 올해 1분기에 두번째 분기 적자를 낸 것이다.
적자 규모로만 보면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치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 전망치 평균은 4조8871억원으로, 이 역시 지난해 1분기보다 약 40%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 매출의 90% 이상이 메모리에서 발생한다. 이번 실적 악화 역시 메모리 수요가 급감하고 D램과 낸드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벌어졌다. D램 매출이 지난해 4분기보다 39% 가량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낸드 플래시의 매출 역시 지난해 4분기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은 생산량 감소 수준이다. 통산 반도체 업계에서는 특정 기간에 공급되는 반도체의 생산량 증가 수준을 정보량으로 표현한 ‘비트그로스’를 표현한다. 비트그로스는 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한 뒤 표현한 비트 생산량의 증가율을 의미하는 수치다. 올해 1분기 D램 비트그로스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1%, 평균판매가격은 23%가량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또 1분기 낸드 역시 비트그로스가 13%, 평균판매가격은 15% 가량 떨어졌을 것이란 평가다. 비트그로스 감소는 업계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서버, PC, 가전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재고물량이 증가했는데, 해당 물량이 올해에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메모리 시장 가격 역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통상 반도체 업황은 ‘고정 거래 가격’으로 판단한다. 오랜 기간 거래해 온 공급자와 구매자가 분기별로 거래 가격을 정하는데 이를 ‘고정 거래 가격’이라고 부른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월과 같은 1.81달러로 집계됐다. D램 가격은 올해 1월 18.10% 급락, 이례적으로 2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2월에도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최근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선언하면서,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에는 다소 위안이 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인해 시장의 메모리 칩 시장 재고 물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과점 체제이다. 또 각각의 메모리 제품의 대체 가능성이 높아 시장 전반의 재고 물량에 따라 과점 기업들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구조다. 낸드 역시 7곳 내외의 주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여 원가 경쟁을 통한 수익성 확보 경쟁 중이다. 이런 탓에 메모리 시장은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감산에 따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다른 메모리 기업의 장기적 영업 손익도 영향을 받는다.
감산을 통한 재고 감축 효과는 통상 감산 시작 후 3개월이 넘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벌써부터 시장 가격은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에게는 긍정적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DDR4 16기가비트(Gb) 2600’ D램의 현물 가격은 3.235달러로 전날보다 0.78% 올랐다. 범용 제품인 이 제품의 현물 가격이 전달보다 상승한 것은 작년 3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오는 2분기에 반도체 재고 물량이 정점에 달하고 3분기부터 D램과 낸드의 가격 하락세가 큰 폭으로 둔화될 것이란 평가도 제기된다.
다만 반도체 재고 물량이 과도하게 쌓이다보니 장기적 관점에서 연간 적자 우려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보는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손실 평균 전망치 10조7242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현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급기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원재료와 설비투자를 위해 15억달러(약 1조9745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까지 알린 상태다.
경기 변동에 따른 사이클이 존재하는 반도체 시장이지만, 10여년 만에 찾아온 이번 불황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PC, 자동차 등 주요 전방 산업 수요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 수년간 침체가 없었던 반도체시장이 이제 공급 과잉을 겪고 있다”며 “이번 불황은 전형적인 반도체시장 침체보다 훨씬 더 오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스트래터지스의 벤 바자린 애널리스트 역시 “반도체 업계가 요즘처럼 사업 전망을 비관적으로 제시한 적이 없다”며 “반도체산업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급격한 변동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장기화되는 불황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D램보다 평균판매가격이 최소 3배 이상 비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유일하게 4세대 제품인 HBM3를 양산하고 있는 공급자로,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 하반기 업계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 HBM3 신제품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제품 보다 40% 얇은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는 방식을 적용해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10년 이상 지속해서 HBM 기술을 개발해온 준비 과정 끝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며 “유수의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이 먼저 찾아와 구매할 정도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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