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지는 금융업 경계 디지털로 시장 키울 적기
테크기업과 파이 키우고
글로벌시장 진출 힘쓸땐
금융사에 위기 아닌 기회
"금융에 디지털은 지원적 기능이 아닌, 신사업을 일으키고 고객 접점을 키우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최근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제휴한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하는 등 금융과 비금융 간 대융합이 시작되면서 한국 금융산업도 디지털 기술이라는 강력한 추진체를 활용해 새 서비스를 창출하고 세계 무대로 과감히 사업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매일경제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공동주최한 '제1차 디지털 퓨처마킹 포럼'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재박 삼정KPMG 부대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금융과 비금융 산업 간 격변의 컨버전스 상황을 이같이 전하며 기업들의 담대한 도전을 주문했다. 대표적으로 애플페이의 결제액이 글로벌 2위 규모로 성장하고, 국내에서도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의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전통 금융사가 주도한 시장 판도가 테크핀(기술 기업의 금융업 진출)과 핀테크(금융에 기술을 접목한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추세다. 강태영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은 이 같은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전통 금융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빅테크·핀테크와 전통 금융이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대산 케이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체 금융업이 폐쇄된 생태계에서 고객 중심의 개방된 생태계로 나아가고 있다. 금융 외 영역과 어떻게 연계해 고객에게 혜택을 줄 것인가 고민하는 시대"라며 "케이뱅크도 금융 파트너뿐만 아니라 쇼핑, 교육, 미디어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파트너와 연계해 뱅킹 서비스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다"고 최근 트렌드를 소개했다.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핀테크 같은 다양한 기업이 국내 경쟁에 그치지 않고 세계 무대를 겨냥해야 한다는 제언도 쏟아졌다. 국내라는 한정된 시장 내에서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경쟁 구도에 갇히지 말고, 빈틈을 찾아 세계를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김광석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금융사가 금융업 내에서 고민하는 데 멈추지 말고, 무대를 세계로 넓혀서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 중심 접근에 있어 사용자 경험, 데이터 기반의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금융상품의 모델 자체를 사용자와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틈새가 나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퓨처마킹 포럼은 기술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미래 경제·사회의 관점으로 확대해 디지털의 역할과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매 분기 1회씩 총 4회 진행되며, 이번 디지털 금융 분야를 시작으로 디지털과 맞닿은 중요한 현안을 짚어나갈 예정이다. 매일경제와 함께 포럼을 출범시킨 전성배 IITP 원장은 "기술 연구와 인력 양성, 사업화에 있어 이러한 현상을 접목해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이자 포럼 위원장을 맡은 최재유 전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디지털이 기존 정보통신기술(ICT)의 연구 범주를 넘어 이처럼 경제·사회·문화와 폭넓게 연결되는 흐름을 설명하며 디지털 퓨처마킹 포럼이 그 의미와 대안을 찾는 플랫폼이 될 것임을 자신했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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