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정원박람회, 흥행은 순조롭지만…관람객 수 집계는 논란
박람회 조직위 “일부러 중복 카운팅 의도 없어…지역 방대해 정확한 집계에 한계”
(시사저널=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101만7989명, 131만6255명, 202만472명'
최근 개장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순천시) 측이 발표한 관람객 숫자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관람객 수 통계가 제각각인 점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방문객 수 집계에 어느 정도 '편차'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출입구마다 집계방식이나 산출기준이 제각각 다른 점 등으로 인해 정확한 관람객 수 발표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사회에선 순천정원박람회의 흥행 성공에 대해서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실제 행사장은 많은 인파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박람회조직위가 내놓은 방문객 수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박람회 조직위가 연이어 100만명 단위로 끝자리까지 방문객 수를 발표하고 있으나 통계를 선뜩 믿기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현재 관광객 수 집계는 대행사가 국가정원 동문, 서문, 남문과 순천만습지의 4개 출입문(게이트)에서 QR코드 전자관리시스템에 의해 집계한다. 여기에 수작업으로 체크한 오천그린광장과 풍덕뜰 경관정원 등 누구나 상시 출입이 가능한 오픈 권역 방문객을 합산한다.
주말이나 금·토요일에 열리는 주제 공연 관람객은 드론을 띄워 열상촬영으로 파악해 수시로 포함시킨다. 4곳 게이트와 무료권역에서 각각 집계한 자료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 6시에 조직위 상황실에 전달된 뒤 폐장시간인 오후 9시에 최종 집계된다.
조직위는 개장 23일 만에 관람객 200만을 돌파했다고 24일 밝혔다. 얼마 전 100만 명 관람객을 맞이한 후 전국적인 입소문을 타면서 개장 넷째 주를 기해 목표 관람객의 25%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2013정원박람회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빠른 흥행이라고 부연했다.
조직위는 세부적으로 이날(23일 오후 9시 기준) 누적 입장객 수가 202만 472명이라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국가정원 내 4군데 출입문을 통과한 관람객이 164만 8979명이고 무료권역 이용자가 37만149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에는 순천만국가정원 개장 이래 최다인 19만 1959명의 관람객이 입장해 누적 131만 6255명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다 관람객으로 본다"…논란의 '광범위 카운팅 기법'
하지만 박람회장 안팎에서 순천시가 내놓은 관람객 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위가 정확하게 분석하기 힘든 오픈 권역의 방문객 수를 통계에 대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오천그린광장 등 오픈 권역 관광객 산정은 입장권 판매를 기준으로 하는 4대 게이트 통과 관람객에 비해 주변 상황 등을 대입한 비통계적 수치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국가정원 안과 밖을 찾은 사람은 다 방문객으로 본다'는 '광범위 카운팅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위와 본지 취재에 따르면 오천그린광장과 풍덕들 경관농업지구(정원) 등에 매일 산책 나오는 시민, 꽃구경 시민, 수시로 들락거리는 수백명의 행사장 상인들까지 전체 관람객 수에 포함되고 있다. 실제로 인근 한신아파트 입주자 등 많은 시민들이 무료입장이 가능한 오천그린광장이나 풍덕뜰경관정원을 찾아 수시로 산책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평일의 경우 출퇴근이나 산책 등 상시 출입하는 시민들은 관람객으로 포함시키지 않지만 주말이나 금·토요일에 열리는 주제 공연 관람객은 모두 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일이든 주말이든 시민과 방문객을 구분해 추출해 내기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다. 이들 오픈 권역에서 국가정원 등으로 이동하면서 관람객 수로 중복 계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가정원 게이트를 통과한 뒤 스카이튜브를 타고 4㎞ 떨어진 순천만습지에 도착해 게이트를 통과하면 또다시 조직위는 관람객으로 잡힌다. 국가정원이나 순천만습지 입장권을 소지하면 당일에 한해 두 지역을 모두 입장할 수 있다.
심지어 한 사람이 네 번에 걸쳐 관람객으로 포함될 수도 있다. ①오천그린광장을 찾은 방문객이 ②풍덕뜰 경관농업지구에서 꽃구경을 한 뒤 ③국가정원 동문 게이트를 통과해 스카이이 큐브를 타고 갈대숲을 보기 위해 ④순천만 습지 게이트를 통과하는 극단적인 사례의 경우다. 발표된 관람객 수가 중복 계산된 수치라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더구나 광활한 오천그린광장~풍덕뜰 경관정원 등의 몇 곳에서 공무원들의 수작업 계수 등에 의존해 일일이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웃 고흥에서 우주 발사체를 쏘는 세상에 원시적 통계방법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1명' 단위까지 발표…집계 정확성 부각시키려
입장객 산출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관람객 범위를 유료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무료까지 포함시킬지 여부다. 2013년 정원박람회 때와 달리 전체 방문객 수에 65세 이상 성인과 만 6세 이하 아동, 장애인, 국가유공자, 참전 유공자, 기초수급자 등 무료 입장객도 포함시키고 있다.
상업영화나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흥행 기준은 유료가 기본이라는 논란이 나오는 대목이다. 관람객 200만 명을 돌파한 23일 기준 입장권 수익은 110억 원(성인 입장료 1만5000원)이다. 이를 유료입장객 수로 환산해보면 134만 6881명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권역별 집계방식과 산출기준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끝자리 '1명' 단위까지 발표하면서 집계의 정확성을 부풀리기나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통계 전문가들은 "오천그린광장과 풍덕뜰 경관정원 같이 개방형 공간에서 몇 명의 공무원이 방문객을 집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특히 조직위가 '1명' 단위까지 세세하게 방문객 수를 발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통계청 한 관계자는 "만약 조사방식이 그렇다면 단순한 참고 자료일 뿐 공적 통계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직위 "지역 방대해 정확한 계산 어려워"
이렇다보니 박람회조직위가 발표한 관람객 수와 실제 방문객 수가 일치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낳고 잇다. 대표적 사례가 박람회조직위가 발표한 대로 12일 '13시 39분'에 순천만국가정원 동문을 통해 입장한 방문객이 진짜 100만 번째가 맞느냐는 것이다.
조직위는 지난 12일 '13시 39분' 기준으로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20대 커플에게는 순천농협이 후원한 순천사랑상품권 100만원과 정원드림호 투어권이 지급됐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날 4개 출입문(게이트) 방문객은 QR코드 전자관리시스템으로 집계해 조직위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이와 달리 오천그린광장과 풍덕뜰 경관지구에서 수작업으로 집계된 자료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 6시에 각각 조직위 상황실에 전달됐다.
이에 따라 이날 '13시 39분' 국가정원 동문에서 100만 번째로 집계된 입장객에 그 시각 오천광장과 풍덕뜰 경관지구 방문객은 누락된 셈이다. 조직위 셈법대로라면 100만 번째 관람객은 오천광장 등에서 이미 오전 11시에 통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합산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고정된 시각의 입장객과 실시간 입장객을 합산한 꼴이 된다. 100만 번째 입장객이 진짜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실 조직위도 정확한 인원 산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관람객의 90%가 입장하는 국가정원 동문을 기준으로 100만 번째를 선정했지만 무료권역이 지역이 방대해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박람회 조직위 관계자는 "오천그린광장 등 무료권역 전체 방문자에서 일반 시민을 추출해 내는 것이 쉽지 않아 최저치로 잡고 있다"며 "정확한 수치가 나오려면 일일이 계수해야 하겠지만 그게 가능하겠냐고"고 되물었다.
천제영 박람회조직위 사무총장은 24일 정원박람회장 내 국제컨퍼런스홀에서 '200만 돌파 관련 기자회견'에서 "관람객 수에 연연하거나 의미를 두지 않고 있으며 일부러 중복 카운팅 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제 방문객 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정확한 집계를 위해 현행 집계방식에 대한 개선 의견이 나온다. 우선 온천그린광장 등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지역을 제외하고 국가정원 동문, 서문, 남문, 습지 게이트를 통과한 방문객과 스카이이튜브 탑승객만 관람객으로 산정해야한다는 입장이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 통계조사 시급' 지적도
객관적인 신뢰성을 가진 정부기관이나 제3의 공익기관이 각 지역축제의 전반적인 통계조사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굳이 현행 방식대로 집계를 하려면 국가정원과 오픈 권역 입장객을 명확히 구분해서 발표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백운석 조직위 운영본부장은 "우리도 정확한 데이터 확보에 고민이 크다"며 "통계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세분해 분리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만 하다"고 밝혔다.
순천 시민 김아무개(61)씨는 "순천정원박람회 100만명 '조기 달성' 홍보 사례는 방문객 수를 세는 지자체 관광행정의 현주소다"며 "순천시는 검사출신의 단체장을 수장으로 모시고 있다. 단순히 관광객 숫자보다 투명한 공개로 행정의 신뢰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한 대학교수는 "현재 박람회조직위 측이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직접 집계한 결과를 두리뭉실하게 발표하면서 스스로 통계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순천시가 대한민국 생태도시, 일류 순천을 표방한 만큼 보다 과학적이고 투명한 수치를 내놓아 '신뢰 일류, 순천'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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