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구 원정...냉철한 이승엽 감독 "두산 유니폼 입고 삼성 애정 보일 수 있겠나"

김지섭 2023. 4. 25. 17: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원히 삼성의 '푸른 피'가 흐를 것 같았던 이승엽(47) 두산 감독이 25일 다른 유니폼을 입고 친정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은퇴 후 해설위원,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 야구' 촬영 등으로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삼성의 상대 팀 유니폼을 입고 적장으로 온 것은 처음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25일 현역 시절 선수로 뛰었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향하고 있다. 적장으로 친정 대구를 처음 방문했지만 이날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대구=뉴시스

영원히 삼성의 '푸른 피'가 흐를 것 같았던 이승엽(47) 두산 감독이 25일 다른 유니폼을 입고 친정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은퇴 후 해설위원,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 야구' 촬영 등으로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삼성의 상대 팀 유니폼을 입고 적장으로 온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날 예정된 이 감독의 첫 대구 원정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대구 팬들과 만남이 하루 미뤄졌음에도 이 감독은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익숙했던 3루 홈 더그아웃이 아닌 1루 원정 더그아웃 앞에선 그는 "아직 별 느낌이 없다"며 “처음 두산에 올 때는 다른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완전 두산의 일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오면서도 ‘내가 여기서 뛰었었지’, ‘내 고향이지’라는 생각은 없었다”며 “냉정해져야 하고,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국민 타자'로 불린 이 감독은 대구의 상징이기도 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야구도 대구중앙초-경성중-경북고를 거쳐 삼성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고졸 신인으로 이 감독은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시즌(2004~11)을 제외하고 15시즌 동안 줄곧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통산 역대 최다인 467홈런을 쳤다. 2003년에는 당시 아시아 최다 신기록인 56홈런을 쳐 '잠자리채'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5개를 꼈고, 최우수선수(MVP)도 5차례 영예를 안았다. 골든글러브는 10차례 수상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외야에 설치된 이승엽 벽화. 대구=뉴시스

일본프로야구에서 뛸 때도 그는 늘 삼성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2017년 은퇴식 때는 등 번호 '36'을 영구결번으로 남겼고, 라이온즈파크 오른쪽 외야 관중석 위에 '이승엽 벽화'가 새겨졌다.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을 줄 알았던 이 감독은 하지만 지난해 말 두산의 새 사령탑에 선임됐다.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깜짝 컴백이다.

이 감독은 “사실 선수 때 뛰면서 받은 사랑과 애정은 잊을 수 없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고, 좋은 시절을 삼성에서 보냈는데 한도 끝도 없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지도자를 시작했고,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삼성에 대한 애정을 보일 수 있겠나. 공사는 구분해야 하고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두산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방식으로 대구 팬들에게 인사를 할지도 생각을 못 했다. 이 감독은 “인사를 할 타이밍이 오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가 승리한다면 그라운드에 나가야 하니까, 이기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과 함께 ‘국민 유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진만 삼성 감독도 동갑내기 사령탑 대결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박 감독은 “나와 이 감독의 대결이 흥행 카드가 되고, 가라앉은 야구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팬들의 관심이 크다는 건 알고 있다. 그만큼 좋은 경기로 우리가 보답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