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출소날 숨진 70대 母…갈비뼈 부러져 있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출소한 당일 70대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50대 아들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종채)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출소한 A씨는 출소 당일인 지난해 10월30일 밤 송파구의 자택에서 70대 모친 B씨를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폭행으로 B씨는 흉골과 갈비뼈가 골절됐고 창자 등에 출혈을 일으키다 결국 사망했다. 특히 B씨는 녹내장 등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A씨는 폭행 다음날인 오전 10시쯤 119에 "어머니가 반응이 없다. 숨 쉬는지 잘 모르겠다. 안 쉬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그는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아침에 거실로 나와 보니 어머니가 냉장고 옆에 쓰러진 채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18년부터 폭행, 주거침입, 재물손괴, 특수협박 등으로 여러 차례 입건된 전력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B씨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다"며 "A씨는 오래 전 조현병 등을 앓아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가 잠을 자고 있었다고 생각했고 미동이 없자 B씨를 깨우려고 했지만 이미 몸이 굳어 있어 119에 신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누워있는 모습, 옷차림새, 자세 등을 보면 피해자가 잠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설령 위와 같이 생각하더라도 A씨가 B씨의 모습을 발견한 지 3시간이 넘도록 B씨를 그대로 뒀다는 것은 함께 살던 사람이 보일만한 거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A씨가 과거 조현병으로 진단받는 등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은 있다"면서도 "범행의 경위, 수단과 방법, 특히 범행 전후 A씨가 한 행동 등의 여러 사정에 비춰 보면 A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범정이 무겁다. A씨의 패륜적인 범행으로 오랜 세월 A씨를 돌봐 오던 B씨는 한순간에 생명을 잃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그럼에도 자신은 사망한 B씨를 발견하고 신고한 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범행을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B씨는 아들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해 형언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여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유족은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유족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만 피고인은 오랜 기간 간질 및 조현병을 앓아오며 망상과 충동조절의 어려움 등을 겪었고, 이러한 정신적 결함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결행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혓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