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는 라마단 휴일 마지막날인 4월23일…“놓치면 안된다”(종합)
공관원도 고립·대사가 직접 교민 안내…“최고난도의 작전”
UAE 칼둔 “Your People are Our Peolpe”…육로 에스코트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Your people are Our People”(한국 국민은 곧 우리 국민이다)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과정에 큰 도움을 둔 UAE 측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우리 정부에 이렇게 말하며 우정을 재확인했다. 튀르키예는 지진 발생 당시 신속하게 긴급구호대를 파견한 ‘형제의 나라’ 한국에 보답하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군벌 내 유혈충돌이 격화된 북아프리카 수단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8명이 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하면서 ‘프라미스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외교부는 이날 긴박했던 수단 탈출 프라미스 작전의 막전막후를 공개했다. 외교부는 “최고 난이도의 위기상황이었다”며 “이 문제를 잘 풀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수단 유혈사태는 기습적인 상황이었다. 우리 공관원과 교민들이 9개 그룹으로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었다. 식량과 연료, 식수 등이 고갈되는 상황이었다. 일정 시점이 되자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통신은 연결되지만 원활하지 않았고, 대사관과 1.3㎞ 떨어진 하르툼의 국제공항이 격전지가 되면서 위험이 계속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 번은 대사관과 통신 연결해 회의하는 와중에 총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대사님이 중간에 뛰어나가서 확인하기도 하는 등 상황은 급박했다”며 “아프리카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멀고 정보도 많이 없어서 최고난도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5일 군부와 준군사조직 간 유혈충돌이 발생하면서 빠른 정세 판단이 필요했다. 외교부는 교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철수를 결정하고 시점을 조율하고 있었다.
수단에 라마단 기간이 끝난 후 3일간의 휴일 기간으로 최대 명절로 꼽히는 ‘이드 알피트르’가 다가왔고, 이를 계기로 양측이 72시간 휴전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는 이드 알피트르의 마지막 날인 4월23일을 ‘D-day’로 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기회를 놓치면 기회의 창이 닫힌다고 판단했다”며 “반드시 빠져나와야 하나고 생각했고 이러한 판단은 상당히 적중했다. 그 시점 이후로 철수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지는 것을 감지했다”고 말했다.
D-day가 정해지면서 탈출 시나리오를 정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우방국과 역내 강국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를 비롯해 국제기구인 UN 세계식량계획(WFP)과 접촉했다.
지난 4월21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UAE 장관과, 22일에는 WFP 사무총장과 통화를 했고, 이후 UAE와 UN WFP는 육로로 이동할 것을 제안해 왔다. 정부는 UAE의 정보력과 준비 정도를 감안해 육로로 함께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탈출 작전이 개시되는 23일 아침 일본 국민 5명이 우리 측에 연락을 해왔고, UAE와 협의한 후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길을 잃은 지점까지 가서 일본 국민을 모셔 오는 과정도 있었다”며 “우리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면 일본도 도와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일을 맞아 참사관은 가족들과 시장에 갔다가 고립됐다. 이 참사관은 NGO 시설에서 5일간 머물며 미국과 일본, UAE 측과 소통하고 우리 외교 본부와 연락을 취했다. 영사는 해외 출장을 갔다가 입국을 못 한 사이 부인과 자녀가 고립됐다. 이 영사는 지부티에 파견된 외교부 신속대응팀에 포함해 현장 인력으로 투입됐다.
또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원이 고립되고 교민들이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모아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격전지인 하르툼 국제공항과 인접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대사관도 위험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대사관을 ‘집결지’로 선택한 것은 태극기가 휘날리는 재외공관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당국자는 “군사적 포인트가 되지는 않을 것이고 중심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물자가 있고 사무실이 넓어 28명의 교민이 모이더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큰 발전기가 있다는 것도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드 알피트르 휴일 3일 중 이틀 동안 교민들을 집결시켜야 했다. 첫날은 현지 행정직원이 공관원부터 대사관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시작됐는데, 극도의 긴장감에 쓰러지기도 했다.
둘째 날은 교전이 심각해지면서 남궁환 주수단 대사가 직접 나서 교민들을 모두 집결시켰다.
두 번째 고비는 UAE측과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었다. 밤새 김밥을 싸서 비상식량을 마련한 교민들은 새벽 6시, 대사관저에 가서 버스에 탑승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프라미스 작전을 “외교전의 종합판”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교민들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까지 이송하기 위해 포트수단으로 향한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는 우선 급파한 후 이동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를 받고 미비한 부분은 버티면서 일단 포트수단에 입성했다.
교민들은 식량과 전력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 정부 방침과 루트를 잘 따라서 다같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육로 이동 과정에서는 UAE 대사관측이 제공한 차량이 에스코트 했고, 외교부 신속대응팀은 여권이 없는 교민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 교민들이 공항에 도착한 지 45분 만에 C-130J 수송기가 이륙할 수 있었다.
수단에 거주하는 29명의 국민 중 28명 전원이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나머지 1명은 수단 국적자로, 사업을 이유로 현지에 남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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