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정의당 ‘쌍특검’ 27일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총선 직전 특검법안 통과되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대장동 50억원 클럽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박홍근 민주당·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회동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합의에 따라 양 특검법 신속처리안건지정 동의안은 양당 의원을 포함해 발의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날인을 거쳐 내일(26일) 오후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직접 국회에 제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85조2는 재적의원 과반(150석)이 찬성한 안건을 패스트트랙 지정 대상 안건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요구안이 국회의장에 제출되면 의장은 지체 없이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에 부쳐야 한다. 표결에서 재적의원 5분의3(180석) 이상이 찬성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 민주당은 쌍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필요한 180표를 확보하기 위해 소속 의원 전원(169명), 야권 무소속 의원 6명 외에 정의당 의원 전원(6명)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양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80일 이내 심사해야 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후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본회의에서도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양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될 경우 늦어도 240일이 지난 올해 12월말에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본회의에서는 다른 법안처럼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대상이 되는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을 모두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김 여사 특검법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각각 대표발의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로부터 정치·법조계 인사들이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자는 것이 골자다. 수사를 지휘할 특검은 국회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판·검사직에 있던 변호사 중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법안은 지난 11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후 180일 이내 법사위 의결이 없다면 법사위 1법안소위가 의결한 대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김 여사가 가담한 의혹 관련 수사를 대상으로 한다. 아직 법사위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이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법안은 특검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에 뒀다. 김 여사 특검법은 180일 이내 법사위 의결이 없다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수사대상과 특검 추천방안 등에 대한 수정안을 마련해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김 여사 특검법의 수사 범위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당초 정의당은 50억 특검법을 법사위에서 처리하기를 오는 26일까지 기다렸다가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류할 방침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내일(26일)까지 법사위 (특검 처리) 절차를 마칠 것을 최후 통첩으로 두고 상황을 지켜봤지만, 오늘 아침에 (여당으로부터) ‘노란봉투법과 특검법 거래했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유감스러운 발언을 들었다. 결국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는 국민의힘이 자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 처리와 27일 본회의에서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민주당과 정의당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본회의가 예정대로 열리면 쌍특검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이미 패스트트랙에 필요한 찬성표를 확보했다. 패스트트랙 표결은 의장이 법률상 지체 없이 상정해야 한다. 법안 상정에 대한 의장의 재량권이 없다.
쌍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여야의 대치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법안은 각각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관련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더구나 27일은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일정(현지시각 26일)이 예정돼 있다. 여당은 야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외치에 나선 대통령을 향한 국내 정치공세라고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 새 원내지도부도 초반부터 정면충돌하게 된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한다.
쌍특검법이 올해말 국회를 통과하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지 선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은 대통령 부부가 자신들의 비리 의혹을 방어한다고 비난하며 총선에서 심판해달라고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현직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야당의 수사 요구 공세는 보수세력의 결집과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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