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K 싱글몰트 위스키

심윤희 기자(allegory@mk.co.kr) 2023. 4. 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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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일본에 가도 일본 위스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산토리가 만든 히비키 17년은 2018년 단종됐고, 야마자키와 하쿠슈 등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보이면 무조건 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싱글몰트 위스키(100% 맥아로 단일 증류소에서 제조)의 원조는 스코틀랜드산 '스카치 위스키'지만 일본 위스키도 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2000년 초반부터 세계 위스키 품평회에서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고, 2015년 야마자키 2013년산이 영국 '위스키 바이블' 1위를 차지하면서 지금의 위상을 확보했다.

일본 위스키의 역사는 100년 남짓하다. 불모지에서 위스키 강국으로 올라선 데는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다케쓰루 마사타카와 산토리 창업자인 도리이 신지로의 도전이 있었다. 양조회사에 다니다가 1918년 스코틀랜드로 유학 간 다케쓰루는 늘 만년필을 들고 다니며 증류소의 노하우를 적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귀국 후 산토리가 오사카 야마자키에 건설한 증류소의 초대 공장장에 영입됐고, 1929년 일본산 싱글몰트 1호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정통 위스키 제조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는 도리이와 결별하고 스코틀랜드와 기후·환경이 비슷한 홋카이도 요이치에 증류소를 세웠다. 지금의 닛카 위스키다. 이후 산토리와 닛카가 경쟁하면서 일본 위스키 양대 산맥을 형성했다.

일본만 위스키가 있는 게 아니다. 후발 주자인 대만의 싱글몰트 '카발란'도 10년 만에 강자로 부상했다. 그간 "왜 한국에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없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드디어 한국 '위스키 독립'에도 시동이 걸렸다. 국내에 증류소를 짓고 도전에 나선 이들은 술꾼이자 '위스키 덕후들'. 쓰리소사이어티스 도정한 대표가 국내 최초 싱글몰트 '기원'을 선보인 데 이어 '김창수 위스키'는 지난 2월 편의점 판매에서 '오픈런'을 일으켰다. 롯데·신세계 등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위스키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기다림의 비즈니스다. 인내와 뚝심으로 K위스키라는 명품 장르를 만들길 기대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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