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배구 ‘덕후’…선수들의 증언들
프로배구 남자부 대항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정규시즌 동안 열리는 경기 전 후 공식 인터뷰에서는 얼굴이 웃음기 없이 대답을 한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열정적으로 감정을 표출한다. 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포효를 하기도 한다.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런 토미 감독은 V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팀의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대한항공은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2021~2022시즌부터 대한항공의 조종간을 맡았다. 2시즌 연속 팀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놨다. 지난해 8월 순천에서 열린 도드람컵 프로배구컵대회에서도 우승했던 대한항공은 2009-2010시즌 삼성화재에 이어 남자부 역대 두 번째 트레블(정규리그 1위, 컵대회·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선수들이 바라보는 사령탑의 모습은 한 마디로 요약된다. 바로 ‘배구 덕후’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생활 속에서 언제나 배구와 떨어지지 않는다.
임동혁은 지난 24일 열린 그랜드하얏트인천 호텔에서 열린 대한항공-한국도로공사 합동 축승회 연장에서 “감독님이 경기가 끝나면 내 부분의 영상을 다 편집해서 보여주신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자신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경기를 마친 뒤 숙소까지 도착하는 시간조차도 틸리카이넨 감독은 쉴 수 없다. 선수들은 “숙소에 갈 때까지도 감독님은 계속 배구 영상만 보신다”라고 말했다.
경기 중 보여주는 제스처는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은 “우리는 감독님을 포함해서 코트에 8명의 선수가 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들이 한 호흡으로 뛰는 대한항공의 분위기를 증명한다.
이렇게 열정적인 틸리카이넨 감독은 또 선수들에게는 형과 같은 감독이다. 1987년생으로 V리그 역대 최연소 감독인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도 부지런히 한다.
임동혁은 “감독님은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피드백도 잘 해 주신다”라며 “배구 이외의 이야기도 잘 하면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라고 말했다.
이런 틸리카이넨의 리더십 속에서 대한항공은 다음 시즌에도 정상의 자리를 노린다.
미들블로커 김규민은 “다음 시즌에도 우승을 해보고 싶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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