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소득제한 논란…속 터지는 피해자들

이효정 2023. 4. 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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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대환대출…소득 7천만원·보증금 3억 이하여야
국토부 "기금 재원으로 중소득층 이하 대상"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대환대출이 지난 24일 첫선을 보였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 벌써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인데 당국은 주택도시기금을 헐어 하는 대출 지원이어서 중·저소득층부터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세 사기 피해자 위한 대환대출 출시

우리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대환대출을 시작했다. 5월 중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상품 취급을 위한 전산 개발이 끝난 우리은행이 앞당겨 시작했다. 국민·신한·하나은행과 농협은 다음 달 중 전산 개발이 끝나는 대로 대출을 시작한다.

이번 대환대출 상품의 공식 명칭은 '전세 피해 임차인 대상 버팀목 전세대출 대환'이다. 주택도시기금을 통해서 공급하는 버팀목 전세대출의 대상을 넓힌 확장판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 전용 상품이다.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세입자가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후에도 같은 집에 계속 거주하는 경우 낮은 금리의 대출로 바꿔주는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초에도 저리 대출 상품인 '전세 피해 임차인 버팀목 전세자금'을 내놨다. 그러나 피해자가 기존 집을 떠나 새 전셋집으로 이사갈 때 대출받을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9일 출시 이후 최근까지 8건, 총대출 규모는 9억원에 불과했다.

◆ 대환대출 연 소득 7천만원·보증금 3억 이하…"피해자 차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그동안 대환대출을 기다렸다. 집주인은 사기죄로 구속됐거나 소유한 집들이 압류된 상황이라서 전세 대출 만기 연장을 하기 어려웠고 현재 살고 있는 집에 계속 살아야 점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대환대출 조건은 맞벌이와 외벌이 모두 연 소득 7천만원 이하이면서 보증금 3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여야 한다. 금리는 소득과 보증금에 따라 연 1.2~2.1%이며 대출 한도는 최대 2억4천만원으로 보증금의 80%까지다. 외벌이여도 연소득 7천만원이 넘는 피해자들은 새 대출로 갈아탈 수 없다.

서울 구로구 빌라의 전세 사기 피해자 A씨(41)는 "나라에 원하는 것은 돈 갚고 이자도 갚을 테니 대환대출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연 소득이 9천만원이고 지금 전셋집의 보증금도 3억1천500만원이다. 지금 어디 가서 대환대출을 받을 수가 없고 전세 대출금 2억800만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피해자들은 큰 목돈 전세보증금을 날린 것은 누구나 똑같고, 소득이 높다고 해도 부담은 큰데 기다렸던 대환대출도 불가능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구로구의 오피스텔에 사는 B씨(39)는 "전세 대출 만기 때 회사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기에 이번에 대환 대출이 되면 빌려서 하고 싶었는데 연 소득을 제한해 버렸다"며 "피해 금액도 천차만별인데 소득이나 재산을 따져 누구는 혜택을 주고 누구에겐 재산도 있고 소득이 높으니 그냥 살라 하는 건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대환 대출의 한도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C씨(33)도 "금리를 낮춰준다고 하면 좋다"면서도 "지금 정부가 해준다는 버팀목 전세대출은 자기 부담이 20%다. 보증금 3억원을 대출받으려면 (2억4천만원 대출받고) 6천만원은 부담해야 하는데 일반 은행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받아도 자기 부담은 10%라 그 차이를 메우는 게 크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중저소득층' 우선 지원…원희룡 "전원 구제 안 된다"

정부는 한정된 공공 재원으로 피해자들을 돕는 것이어서 소득과 보증금 기준을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금은 주로 중소득층 이하인 분들이 타깃이며 정책 금융은 보호 필요성이 있는 분들에게 시세보다 낮은 금리로 드리는 것이어서 원래부터 기준이 있다"며 "(그래도) 기금의 대출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확장된 기준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대환대출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기에 자금의 한계가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일반 국민들이 가입해서 입금한 청약통장 자금과 부동산 매매 등기 시 구입하는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조성된다.

근본적으로는 현재 전국 곳곳에서 불거진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을 모두 구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사기당한 피해 금액을 국가가 먼저 대납해서 돌려주고, 그게 회수가 되든 말든 떠안으라고 하면 결국 사기 피해를 국가가 메꿔주라는 것"이라며 "사기 범죄에 대해 앞으로는 국가가 떠안을 것이라는 선례를 대한민국에 남길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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