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현천, 박근혜 탄핵 국면에 예비역 장성 활용"
기사내용 요약
조현천 전 사령관 정치관여 혐의 공소장
"촛불시위 시국 타개 방안 만들어 보고"
기무사 예산 써 사드 옹호 여론 형성 혐의도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 재직 시절 정치 관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천 전 사령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군과 예비역 장성 등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 정황이 나타났다.
25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조 전 사령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정치관여, 업무상횡령 혐의 공소장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016년 10월 당시 기무사령관 참모장 A씨에게 "현 시국 타개를 위한 예비역·보수단체 활용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다시 기무사 예비역지원과장이었던 B씨에게 이 같은 지시를 전달했고, B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 기반을 갖춘 보수세 활용 우호 여론 조성' '안보문제 강조 요지 신문광고 게재 유도' 등이 담긴 '현 시국 관련 안보·보수세 대응 방안'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A씨는 이를 승인해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B씨는 기무사 예비역지원과 부대원과 만나 예비역·보수단체, SNS, 언론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예비역 장성들과 보수 성향 언론인들에게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정책을 지지하거나 하야 요구 집회에 맞대응하는 집회·시위를 개최해줄 것, 보수 성향 언론에 동일한 내용의 기사, 칼럼, 신문광고를 게재하거나 언론 인터뷰 등을 해줄 것 등을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요청을 받은 예비역 장성들은 실제로 신문에 칼럼을 게재하거나 성명서를 발표하고, '에국시민 국가수호 궐기대회' 등 보수 성향 집회를 개최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 등은 직권을 남용해 예비역 장성이나 보수 성향 언론인에게 대통령 지지 여론 조성을 위한 활동을 요청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찬양, 비방 내용의 의견을 유포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해 정치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지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기무사 예산을 투입하고 예비역 장성을 동원한 정황도 공소장에 포함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2016년 3월께 경북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발표 이후 주민 반발이 거세자, 예비역 장성을 동원해 지지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장성들에게 지급할 활동비로 '대외정책첩보 소재 개발 사업비' 명목의 기무사 예산을 투입했다고도 밝혔다.
특히 조 전 사령관은 예비역 장성 8명에게 각각 200만원씩 1600만원을 활동비로 지급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조 전 사령관은 직접 예비역 장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국가 안보 관련 사드 배치라는 현안에 대해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아는 지인을 동원해 지지 여론이 조성되도록 긍정적인 활동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이후에도 사드 배치 지지 여론 조성을 위한 플래카드 제작 비용 등 활동비 1400만원을 투입한 정황도 파악했다.
그밖에 조 전 사령관이 2016년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 개입하려 부대원들에게 후보를 물색하거나, 관계자와 만나게 하는 식으로 관여한 혐의도 함께 공소장에 적시됐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로 지난 14일 조 전 사령관을 구속기소했다. 조 전 사령관의 1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8일 오후 2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
현재 검찰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내란예비, 음모 등 혐의에 대해선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계엄령 문건 의혹은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결과를 앞두고 기무사가 '비상계엄' 발동 및 조치 사항을 점검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18년 시민단체가 조 전 사령관 등을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고발한 이후 군과 검찰의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설치돼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고, 합수단이 수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여권무효화 조치까지 내려졌으나 도피는 이어졌고, 합수단은 끝내 기소중지 처분으로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도피생활을 이어오던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9일 5년3개월 만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검찰에 체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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