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식판' 알리는 중식 대가의 아쉬움 [ST포커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한국 급식을 알리는 '중식 대가'라니. '한국인의 식판'의 선장인 이연복의 캐스팅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3월부터 방송 중인 JTBC '한국인의 식판'은 전 세계 어디든 대한민국 식판을 들고 날아가 K-급식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요리연구가 이연복을 필두로 연예인 홍진경, 허경환, 남창희, 몬스타엑스 주헌, 여기에 영양사 김민지가 출연한다.
출연진들은 축구선수 황희찬이 뛰고 있는 영국 울버햄튼FC 구단, 옥스퍼드 대학교, 퀸 엘리자베스 스쿨에서 각각 100, 220, 3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끝없는 고민과 노력으로 메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양의 음식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내고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하며 한국인의 식판을 알리고 있다.
다만 메인 셰프 이연복의 캐스팅은 다소 아쉽다는 평이다. 이연복의 대표 수식어는 '중식 대가'다. '냉장고를 부탁해'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능력을 입증한 중식계 거장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식판'은 '한국'의 급식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한식을 알리는 전문가로 중화요리 전문가가 온 것은 프로그램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계도 속속 나타나는 모양새다. 특히 옥스퍼드 편에서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연복은 이들이 급식을 맡는 금요일에 "생선 요리가 나간다"는 조언에 따라 한국식 피시앤칩스로 생선커틀릿을 개발했다. 그러나 "쥐포 맛이 난다"는 연예인 시식단의 평이 나오자 급히 레시피를 바꿨다. 하지만 기미를 맡은 영국인 피터로부터 "한국스럽지 않다. 그냥 영국이다. 영국식 피시앤칩스 주려면 줘도 된다. 한국 느낌 1도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생선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얼마든지 한국식으로 변주가 가능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식으로의 스펙트럼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비건식으로 나온 두부탕수 역시 그 예가 됐다. 아무래도 이연복의 메인이 중식이기 때문에 메뉴 역시 중국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급식을 먹은 사람 중 "중국 음식 같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퀸 엘리자베스 스쿨에서도 중화요리인 마파두부가 비건식 메인에 배치돼 아쉬움을 줬다.
이연복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결코 아니다. 음식 맛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달린다는 말도 아니다. 이미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인 tvN '현지에서 먹힐까'에서 이연복의 능력을 목도한 바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연복은 갖은 음식들을 뚝딱뚝딱 잘 만들어냈다. 다만 '현지에서 먹힐까'는 외국에서 한국식 중화요리를 판다는 취지였다. '한국인의 식판'의 기획 의도에는 이연복이 딱 들어맞지 않는다.
물론 한국 급식이라고 해서 꼭 한식만 다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외국에 가서 한국인의 급식을 알리는 것이라면 한식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식의 위대함을 알린다는 목적이 어느 정도 내재될 수밖에 없단 얘기다.
이연복 역시 방송 초반, 이 지적에 대해 "대사관에서 일할 때 매번 중식만 만들 순 없으니 한식을 만들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이연복의 근원이 중식임을 부인할 순 없다.
사실상 대량생산 유경험자이면서 예능에 나올 만한 유명한 적격자로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tvN '백패커'로 보여졌다. '한국인의 식판'은 시작부터 '백패커'에 외국을 끼얹은 유사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렇다 보니 백종원을 섭외하면 '외국으로 간 백패커'라는 카피의 느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그 때문인지 '한국인의 식판'은 차별화로 급식 전문가라며 영양사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연복이라는 거장이 있어서인지 영양사는 영양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 원래 영양사가 식단을 짜야 하는데 '한국인의 식판' 영양사는 뒤치다꺼리나 하는 역할로 주로 소비되고 있다. 도리어 영양사가 자기 할 일을 하면 자꾸만 딴지를 거는 느낌마저 자아내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출연진들은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을 다하고 있고, '한국인의 식판'만의 재미도 분명 있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한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근본적인 부분에서 아쉬움도 짙다. 자칫 한식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까 우려하는 여론이 나오는 이유다.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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