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파묻은 조선 왕실의 역사…광화문 월대 10월까지 복원(종합)

문화재청, 광화문 월대 규모·변형 과정 확인
고종 다니던 길 전차 선로로 훼손…난간석 재사용 등 전통기법 동원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광화문 월대(月臺) 발굴조사에 대한 성과와 향후 복원 계획을 25일 공개했다. 사진은 광화문 월대 유적 전경. (문화재청 제공) 2023.4.25/뉴스1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일제강점기에 훼철된 광화문 월대(越臺, 月臺)가 원래 모습과 규모로 돌아온다. 사진 자료 등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월대의 전모가 발굴 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서 복원 작업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9월부터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광화문 월대 발굴 조사 성과와 복원 계획 등을 밝혔다.

정성조 궁능유적본부장은 "광화문 월대 복원은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을 돋보이게 하고, 광화문 복원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월대는 궁궐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돼 각종 행사가 열렸던 넓은 기단 형식의 대다.

광화문 월대는 조선 고종 연간인 1866년 조성됐다. 1865년 4월1일부터 1868년 7월4일까지 경복궁 중건 당시 기록을 담은 '경복궁 영건일기'(景福宮 營建日記)와 1890년대 이후 전해지는 사진 자료를 종합하면 광화문 월대는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이용한 기단석과 계단석, 그리고 난간석을 둘렀다.

월대는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돈화문, 덕수궁 대한문 등에도 설치됐는데 궁궐 정문에 난간석을 두른 경우는 광화문 월대가 유일하다.

하지만 광화문 월대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변형·훼철된 후 도로로 사용됐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광화문 월대(月臺) 발굴조사에 대한 성과와 향후 복원 계획을 25일 공개했다. 사진은 광화문 월대 유적 현황. (문화재청 제공) 2023.4.25/뉴스1

이번 발굴 조사를 통해 광화문 월대의 정확한 규모가 확인됐다. 훼철되기 전 월대는 길이 48.7ｍ, 너비 29.7ｍ로, 육조거리를 향해 뻗어있었다.

월대 중앙부에는 왕이 다니던 어도(御道)가 있었다. 문화재청은 어도지(터) 기초시설과 어도 계단지 등을 감안해 어도의 너비가 7m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어도가 임금과 백성을 이어주는 일종의 무대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광화문 월대가 궁궐 안과 밖을 이어주는 유일한 시설이라서다.

월대 발굴조사에 참여한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왕이 행차할 때 궁궐 밖 백성들이 임금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소통 공간의 역할도 겸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형을 간직한 동편 덕분에 경복궁 중건 당시 월대의 전체 모습도 파악이 가능하다. 문화재청은 복원을 위한 실물 자료를 확보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광화문 월대(月臺) 발굴조사에 대한 성과와 향후 복원 계획을 25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1890년대 광화문과 월대 전경. (도서출판 서문당 제공) 2023.4.25/뉴스1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광화문 월대(月臺) 발굴조사에 대한 성과와 향후 복원 계획을 25일 공개했다. 사진은 1923년경 광화문 모습.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2023.4.25/뉴스1

월대 축조 방식도 드러났다. 동·서 외곽에 잘 다듬어진 장대석(길이 120~27㎝, 너비 30~50㎝, 두께 20~40㎝)을 이용해 2단의 기단을 쌓고, 그 내부는 서로 다른 성질의 흙을 교차로 쌓아 주변보다 높게 대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남쪽 계단은 장대석으로 조성했는데 그중 어도와 연결되는 중앙부는 계단 장식·마감용 부재인 소맷돌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장대석의 밀림 방지를 위해 점토와 깬 돌을 섞어 보강한 뒤채움방식도 사용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어도 계단지의 경우 일제가 만든 전차 선로에 의해 일부 훼손됐으나 소맷돌을 받쳤던 지대석이 확인돼 월대 원형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원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광화문 월대의 복원정비를 위해 진행 중인 발굴조사의 성과와 향후 복원계획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2023.4.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연구소는 광화문 월대 축조 이후 크게 4단계의 변화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축조 당시 남쪽에는 경계가 나눠진 3개의 계단이 있었다. 하지만 2단계에서 중앙의 어도 계단지가 경사로로 바뀌었다.

앞선 두 단계를 거쳐 경사로의 범위가 확장되고 계단은 동·서 외곽으로 축소 변형됐다. 이때 일제는 처음으로 외줄 형태의 전차 선로를 설치했다.

그리고 일제가 전차 선로를 복선화한 마지막 단계를 거쳐 난간석 등이 철거되고 월대 위로는 도로가 깔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원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광화문 월대의 복원정비를 위해 진행 중인 발굴조사의 성과와 향후 복원계획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2023.4.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문화재청은 일제가 놓은 전차 선로를 치우고 1890년대 이전의 월대로 복구할 예정이다. 경기 구리 동구릉 등에 이전돼 있던 월대 부재(난간석·하엽석 등)를 재사용하고, 전통재료·기법을 적용해 오는 10월까지 월대를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광화문 앞의 해태상의 위치도 조정할 계획이다. 월대 조성 당시 해태상은 지금의 도로 쪽에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월대 주변부 정비 후에는 해태상이 지금의 위치에 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보행자와 차량 통행 동선 등을 고려해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월대 복원 기념 행사를 가을 열리는 궁중문화축전과 연계해 개최할 예정이다.

김연수 국립문화재연구원장은 "경복궁의 역사를 찾아가는 데 있어 광화문 월대는 굉장히 의미 있는 발굴"이라며 "월대는 경복궁의 역사성 회복은 물론 경복궁의 상징성도 빛나게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광화문 월대 복원 예시도. (문화재청 제공) 2023.4.25/뉴스1

cho84@news1.kr